한살림연합 물품안내지 483호(2013년 07월)에 실린 글입니다.

 

생산지 탐방 | 강원도 원주 복숭아 생산지 /한살림성남용인 농산물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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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이는 향긋하고 달콤한 복숭아의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지난 6월말 강원도 원주에 있는 복숭아 생산지에 다녀왔습니다. 원주에는 모두 네 농가가 약 49,500㎡(15,000여평)넓이 과수원에서 복숭아를 재배하고 있습니다. 먼저 매지리 산비탈에 있는 최인식 생산자의 약 9,900㎡(3,000여평)밭을 방문했습니다. 산 경사면에 만들어놓은 복숭아밭은 주위 풍경과 부드럽게 어울려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산비탈에 있어 물 빠짐이 좋고 바람이 잘 통해 복숭아 생산지로는 최적의 조건이라고 합니다. 밭에는 베어 낸 호밀과 잡초가 고르게 깔려있어 바닥이 깔끔했습니다. 이유를 여쭤보니, 잡초를 억제하고 퇴비 효과를 위해 호밀을 복숭아 나무 사이에 심었다가 적기에 잘라 이용하고 있다고 합니다.

 

한살림 복숭아의 취급 기준은 저농약 재배 이상입니다. 한살림과 사전에 약속한 안전한 농약을 한 해 3회(황도는 4회)까지 사용할 수 있지만 실제 농가들에서는 스스로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친환경 자재를 주로 이용하고 농약 사용은 최소화 하기위해 더 많은 땀을 쏟고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최근에 큰 걱정이 생겼습니다. 겉보기에는 과수원이 무릉도원처럼 평온해보이지만 기후변화 때문에 최근 3~4년 사이에 병충해가 부쩍 늘더니 올해는 급기야 4월, 복숭아꽃 필 무렵에 닥친 냉해 때문에 생산량도 많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점점 늘어나는 병충해와 이상 기온을 이겨내기가 갈수록 어렵습니다. 지금 우리 밭에 세균성 구멍병이 발생해서 병에 걸린 열매를 따 버리고 있는 중인데 얼마나 더 버려야 할지…. 방제를 위해 갖은 방법을 다 쓰지만 병이 잡히지 않아 걱정입니다.” 복숭아 생산자의 긴 한숨을 들으며 복숭아를 먹을 때 그 달콤함 속에 녹아있을 생산자의 땀과 한숨을 떠올려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복숭아밭은 조약돌 크기로 자란 열매에 봉지 씌우기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병충해를 줄이기 위해 꼭 필요한 과정으로 단순해 보이지만 꽤나 조심스런 작업입니다. 열매를 건드리지 않으면서 일일이 봉지로 감싸주어야 하는데, 열매를 건드리면 병충해에 약한 복숭아로 자라게 된다고 합니다. 그 만큼 많은 정성과 시간이 드는 작업인데 이런 일을 해낼 인력을 구하기가 어려워 정수리가 뜨거운 한낮에도 온 가족이 작업에 매달리고 있었습니다. “복숭아는 손길에 아주 민감해요. 손가락 자국 하나에도 쉽게 상처를 입는 터라 아기처럼 조심해서 다루고 수확 당일 출하합니다. 그래도 소비자들 손에 다다르면 물러지는 경우가 있어 많이 속상하지요.”

 

이어서 인근 평지에 있는 김인수 생산자의 밭을 방문했습니다. 이곳은 냉해 때문에 밭의 절반은 수확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었습니다. 평지는 산비탈보다 냉기가 머무는 시간이 길어 피해가 크다고 합니다. 기후변화가 이미 우리 먹을거리에 치명적인 해를 끼치고 있음을 절실히 느꼈습니다. 걱정을 넘어 낙담에 차 있는 생산자들께 마땅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해 안절부절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잘 헤쳐 가겠다는 의지를 보이는 생산자 분께 오히려 힘을 얻었습니다.

 

복숭아 생산지를 다녀오니 생산과 소비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됩니다. 점점 심해지는 이상기후에 복숭아 산지뿐만 아니라 전국의 생산지들이 힘겨워 한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소비자 조합원들의 따뜻한 위로가 힘든 고비를 지나고 있는 생산자에게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따뜻한 위로의 마음과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