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살림성남용인 소식지 좁쌀세알 103호(2013년 8월)에 실린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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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맑고 햇살 따가운 한여름 날, 자동차로 달리고 달려 부안군 변산면 지석리에 사는 유광식·정명미 옥수수 생산자를 만났다. 귀농 1세대로 변산공동체에서 만나 1996년에 결혼, 올해 다섯 살인 막둥이까지 모두 세 명의 자녀를 두었다. 다품종 소량 생산으로 시금치, 냉이, 단호박, 옥수수, 무, 배추, 알타리무, 양파 등의 작물을 한살림에 10년 째 공급하고 있다. 옥수수 재배는 2년차로 소득도 얻고 퇴비로도 쓴다고 한다. 막 출하를 끝낸 뒤라 우리가 갔을 땐 옥수수대만 남아 있었다. 윤작을 하시는데 가을엔 이 밭에 무를 심는다. 부안 옥수수는 3월에 모종을 심어 120일 정도 키우는데, 올 4월은 냉해와 봄 돌풍으로 세 번이나 비닐을 쳤다고 한다. 역경을 이겨낸 옥수수여서인가 막 쪄낸 옥수수는 감칠맛도 강하고 알갱이가 톡톡 터지며 입안에 착착 붙었다. 맛있게 찌는 방법을 여쭈니“옥수수 수염은 떼지 말고 껍질도 하나만 남겨 설피 찌지 말고 오래 푹쪄요. 풋옥수수는 그냥 찌고, 쇤옥수수엔 간을 하면 맛있어요. 근데 무엇보다 따자마자 삶는 게 젤 맛있어요”한다.

 

귀농 17년차로 농사일이 힘들지 않았는지 물었다. “육체노동은 나중에 적응해요. 농한기도 있으니까. 여기에 살려면 경제적 자립을 위해 도시 소비 패턴을 버려야 해요. 에너지, 먹는 것, 옷 모두 소비문화에 의존하지 않아야 자립 생활이 가능하고 나머진 저절로 해결돼요.”

아이들 교육은 어떻게 하시는지 여쭈었다. “아이들 교육, 그게 가장 중요해요. 귀농해 살다가도 아이 교육 문제 때문에 다시 떠난 사람들도 있어요. 욕심을 내려놓아야 돼요. 좋은 대학 보내야 된다는 바람도 내려놓고 그저 자기 앞가림만하면 되지 않겠나 싶어요.” 헬리콥터맘까지 등장한 요즘 그래서 스스로 삶을 꾸리지 못하는 자식에게 자기주도적으로 삶을 살도록 기다려 주는 대범한 부모의 모습이 아닌가 싶다. 처음 이곳에 정착할 때는 토박이 회원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지금은 지역민들과 함께 대보름 행사와 공동육아 관리를 하고 있다고. “2001년위도핵폐기물처리장 반대 시위 때는 2년 농사를 포기하고 지역 일에 매달렸어요. 열여섯 가구 중 여성 생산자 반이 삭발을 했어요.” 지역의 어려움을 함께 한 기억은 자연스레 지역민들과 신뢰를 쌓는 계기가 되지 않았을까. 농한기에 마실 길 걷기나 영화보고 책읽기도 하고 바느질, 염색, 요리 등 각자 가진 재능을 나누며 알차게 보낸다고 한다. 혼자였으면 포기했을지 모를 농사를 여럿이 함께하니 더 즐겁고 수월하다고. 어디서나 마찬가지이지만 사람 관계를 원만하게 풀어 나갈 수 있게 배려하고 이해하는 맘을 가진다면 더 즐거운 농촌생활이 될 거라고 귀뜸한다.

 

제도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삶이라 좋다는 정명미 생산자와 초창기 힘들었지만 지금은 뭔가 할 게 있을 것 같다는 의욕에 불타는 유광식 생산자의 끝나지 않은 도전에 박수를 보내며 아직 그려지지 않은 이 부부의 삶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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