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산연합회 사랑산공동체 – 강순옥 생산자

농사가 힘들다고?

춤추듯 살면 만사가 재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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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순옥 괴산연합회 사랑산공동체 생산자

 

온 산에 산벚꽃과 복숭아, 배꽃이 흐드러지게 핀 늦은 봄날! 괴산 사기막골로 강순옥님을 뵈러 갔습니다. 제대로 춤 바람난 생산자로 잘 알려진 그는 따라 하기 어렵고 감상만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일상의 몸짓에서부터 만들어 내는 춤을 통해 자기를 만나는 여행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도시를 떠나게 된 계기가 있나요?

남편은 목수였고 저는 출판사에서 편집장 업무를 맡아 했어요. 남편은 직업 특성상 가족과 떨어져 지내는 시간이 많았고, 저는 잦은 출장과 바쁜 업무로 늘 분주하게 지내서 딸과 아들에게 소홀할 수밖에 없는 생활이었어요. 회사를 그만두게 되면서 남편과 함께 귀농에 대한 목표를 세우게 되었어요. 먹고 사는 문제를 농촌에서 해결하고 싶다는 결정을 하게 된 거지요.

 

이곳을 선택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남편과 지도 들고, 버스 타고 다니며 전국의 귀농지를 직접 찾아다녔어요. 남편은 실상사에서 두 달 동안 귀농교육을 받았는데 주로 마음공부와 유기농법을 배웠어요. 그 이후 2005년 4월에 괴산 선유동으로 귀농해서 집과 땅을 임대하여 농사를 짓고, 2년 뒤에는 남편이 직접 집을 지어 이곳 사기막으로 옮겼습니다. 어떤 농사로 시작하셨어요? 처음에는 포도, 오미자, 고추, 고구마, 옥수수 등을 심고 겨울에는 곶감까지 만들었어요. 그러다 보니 봄부터 겨울까지 1년 내내 바쁜 생활이었답니다. 한살림생산자가 되기 이전에는 포도를 회원제로 직거래 판매했어요. 30명 정도 모집하여 4년 동안 포도를 보내주는 방식절기로 알아보는 농사이야기이었지요. 지금은 토마토를 노지와 하우스에 나눠 심고, 건고추와 산딸기농사를 주로 하고 있어요. 고추, 토마토 농사를 지으면서 이웃한 솔뫼와 문장대 식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한살림과는 어떻게 인연이 닿으셨어요?

보리출판사에서 일할 때 공동으로 한살림 물품을 이용했는데 그때 한살림을 알게 되었고 조합원이 되었습니다. 귀농하여 동네에서 ‘뚝심’이라는 유기농작목반을 만들어 농사를 지었고 괴산에서 한살림생산자를 많이 만나게 되었지요. 이후에 사랑산공동체를 만들어 다 같이 한살림생산자가 되었고 삽주와 다래를 심었습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친환경적으로 농사짓는 방법을 설명하고 함께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공동체이지요. 농사 외에도 한살림생산자와 소비자로 이루어진 괴산 민요반 ‘얼카뎅이’에서 신나게 노래를 배우고 부르고 있고, 여성들과 다양한 활동꺼리들을 만들어 재미나게 지내고 있어요.

 

춤은 어떻게 배우게 되셨어요?

직장을 그만두고, 9박 10일 동안 혼자 남쪽으로 배낭을 메고 여행을 다녀온 후 모닝페이퍼를 쓰기 시작했어요. 사흘 동안 계속 ‘춤을 추고 싶다’라고 쓰고 있더라고요. 3년 동안 열심히 배우고 모든 춤 수업에 참여하면 서 지도자과정까지 마치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여러 단체의 연수회, 이주여성센터,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등 전국으로 다니며 춤테라피 강사 활동을 했고 한살림생산자, 소비자활동가들과 춤을 추었어요. 올해부터는 사기막리 체험관에서 매달 ‘산골에서 춤을’이라는 춤테라피교실을 열고 있어요.

 

삶에서 춤이 주는 행복이 있다면요?

나이 들수록 눈이 어두워지고 귀가 잘 안 들리는 건 그만큼 좀 무던히 살아가라는 이야기 같아요. 힘든 심정을 말로만 풀려고 하는데 일상에서 말을 줄이고 몸을 많이 움직였으면 해요. 그 방법으로 춤을 추는 것이 아주 좋지요. 자기 자신만의 신명이 저마다 따로 있는데 자신의 것을 찾는 게 중요해요. 손에 신명이 있는 사람, 발에 신명 있는 사람 다 다르듯이요. 힘든 농사일도 춤과 연결하면 재미있어요. 예를 들면 고추따기춤, 풀뽑기춤, 포도 따며 추는 춤이요~ 춤이 일상이 되는 거지요. 춤을 추면서 자기를 만나기도 하고 내면에 쌓인 화, 걱정거리들을 내어 놓게 되어서 치유가 되지요.

 

귀농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한 마디 해주세요.

자기중심을 잘 잡아야 해요. 모르는 게 많으니까 이런저런 이야기들에 휘둘리기 쉬워요. 자기가 살아온 경험도 소중한 거니까 분명한 자기 판단이 필요해요. 이웃과 친밀감과 독립성의 거리를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동네에서 자연의 변화를 보며 때에 맞춰 농사를 짓는 어른들이 꼭 있으니 그분들 따라다니며 배우시고요.

 

앞으로 꿈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스무 살이 된 아들이 배낭을 메고 걸어서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요. 딸은 이제 막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고요. 아이들이 자기의 길을 찾아 떠나게 되면 살아가는 데 꼭 필요한 만큼만 농사를 짓고 농사와 춤을 연결하여 신명나게 살고 싶어요.
농촌에서 여성들이 독립심을 키우고 자기결정권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야 나이를 먹어도 외롭지 않고 무엇이든 자신 있게 할 힘이 생겨요. 특별하진 않지만, 지속적으로 어떻게 하면 함께 마을에서 재미나게 살 수 있을까도 고민하지요.

 

솔직하고 편안한 대화 속에 숨겨진 삶의 지혜들. 귀농 새내기인 제가 많은 것을 깨닫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걷고 있는 길을 먼저 걸어간 삶의 선배를 만난 기쁨이 충만했습니다. 이 만남을 마음에 깊이 담습니다.

 

 

한살림연합 소식지 2015년 5월 (527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안선영 괴산연합회 솔뫼농장 생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