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연합회 – 조덕희 생산자

우리 농업, 우리가 지켜내야지요!

 

 

한살림에는 ‘청년생산자’가 있다. 55세 정도까지는 한살림 생산자들 사이에서 ‘청년’으로 분류된다. 도시에서 그 연령대는 은퇴를 앞두고 있는 나이인 걸 감안하면, 농촌의 고령화현상을 실감하게 된다. 아버지와 함께 대를 이어 농사를 짓는 젊은 생산자, 조덕희 님은 지역농업의 미래를 그리고 있다.

 

아버지와 함께 농사짓기까지

“내가 절대로 들어오지 말라고 했어. 농사는 고생스러우니께…” 마늘을 심기위해 밭을 고르시다 던진 일흔 다섯 아버님의 첫마디이다. 평생 고되게 농사지어 대학교까지 가르친 아들이 도시의 번듯한 직장을 그만두고 고생길로 접어들겠다는 것이 못내 아쉬운 듯, 아직도 종종 속내를 비추신다. 더구나 어렸을 적부터 농사에 관심이 없어 집안일을 거들지 않고 도망치기가 일쑤였던 작은 아들이 농사를 선택한다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부모님에 대한 죄송한 마음을 가슴 한켠에 담은 채, 올해 45세인 조덕희 생산자는 한살림 생산자로 논농사를 짓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7년 전 한살림 생산자가 되었다. 논농사 2,200평, 노지 밭농사 800평, 시설재배농사 1,200평을 아버지와 함께 짓고 있다.

 

환경을 살리는 농사에 관심을 가져

대학에서 화학을 전공한 조덕희 생산자는 회사 일을 하며 환경에 대한 관심을 가지게 되어, 무슨 일을 하든지 환경을 살리는 실천을 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

제 2의 삶을 고민하다 농사를 생각하게 되었지만, 부모님께 드릴 실망을 생각하니 선뜻 고향으로 내려오지 못하겠더란다. 그래서 허브농장에 가서 6개월 정도 일을 배우던 중, 용기를 내어 고향으로 내려왔다. 평소 관심 있던 ‘환경을 살리는 농사’에 대한 교육을 받던 중에 이호열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의 강의를 듣게 됐다. 자신의 경험담을 섞은 살아있는 강의를 듣자마자 곧바로 한살림 생산자의 길을 걷자고 결심하게 되었다. 인생에서 누구를 만나느냐는 참으로 중요하다!

 

농사지으러 출근한다고?

 

고향에서 농사를 짓지만 본가에 들어가지 않고 차로 15분 정도 떨어진 온양에 산다. 그러니 농사 지으면서 출퇴근 하는 셈! 아내도 두 아이 학교 보내고 나면 농사일을 도우러 온다. 어머니, 아버지, 아들, 며느리가 함께 짓는 농사이다. 논농사, 밭농사 모두 유기농으로 한다는 것은 뭐든 일일이 손으로 다 해야 하는 것이므로 부모님을 더 고생스럽게 해드리는 것 같아 마음이 무거울 때도 있다.

아이들은 주말마다 할머니 댁에 와서 같이 지낸다. 시골에서 아이들을 키우는 장점이 꽤 많지만 할머니, 할아버지와 친밀감이 높아진 것 같아 더 좋다. 어리지만 자기들의 용돈을 모아 두 분께 선물과 직접 만든 카드를 드리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조덕희 생산자 부부는 드라마 시청을 줄이고자 TV를 없앴는데,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나고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게 돼 만족하고 있다. 사람 사는 데는 어디든 사람 때문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지만, 고향에서 농사짓고자 선택한 삶은 정신적인 건강도 주는 것 같다.

 

가족농, 소농을 살리고 싶다

한·중 FTA가 타결되면 우리나라 농업이 흔들린다. 거대 자본력을 앞세운 기업농만 살아남고, 가족농, 소농은 붕괴되어 고향을 떠나 도시빈민으로 전락하게 된다. 결국 농업기반이 흔들리고 농업자주권도 잃게 되는 것이다. 이걸 막아야 한다. 한살림을 시작할 때는 친환경농사를 지역에서 확대하는 것에 힘을 쏟았는데, 지금은 농업기반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의식이 자리잡게 되었다. 아산의 청년생산자위원회 회장직을 맡고 있는 그는 선배들이 일군 아산지역 순환농업을 계승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다. 경제적인 자립 없이 젊은이들이 오로지 농사만 지으며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지만,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담당해야 할 몫이 크다는 것에 모두 공감하고 있다.

 

소비자와 논에서 만난다

연합회의 특성 상 소비자조합원과 직접 만날 기회가 별로 없는데, 이따금씩 생산자매장체험이 있어 한살림 매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 농사지은 물품을 도시의 매장에서 만나니 반갑고, 밭에서 작업하여 보낸 채소의 선도가 약간 떨어져 있을 때는 안타까운 마음에 대안을 고민하느라 끙끙댄다. 작년부터 아산의 조합원들에게 생태논체험장을 제공하여 조합원들과 주기적으로 논살림활동을 하고 있다. 자주 만나니 한결 가까워진 느낌이 든다. 소비자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고맙다.

 

조덕희 생산자는 비록 미약하지만 자신의 삶과 노력이 우리 농업을 지키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낄 때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는 농사짓는 생산자의 몫도 크지만, 사회적 동의가 모아져야하는데, 한살림 조합원의 남다른 소비의식이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모른다며, 도시의 소비자조합원이 농촌을 지켜내는 힘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한살림서울 소식지, 한살림사람들 2012년 11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권옥자 한살림서울 홍보위원장

 

* 한살림서울 소식지 공식 블로그  http://hansalimi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