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바기콩사랑 – 박수정 생산자

멀리서 한 곳을 바라보다 결국 만나다

 

 

작년부터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전 공정을 전통방식으로 만든 귀한 메주를 공급하고 있는 또바기콩사랑의 박수정 대표는 새내기 한살림 생산자이다. 돈 벌려는 마음보다는 남 속이지 않고 떳떳이 살겠다는 부부의 의지를 담아 직접 지은 ‘또바기’라는 이름은 나태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싶을 때 부부를 일으켜 세우는 마법 같은 주문이다.

 

이미 우리는 한 길 걷는 동무

‘새내기’ 생산자라지만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삶 속으로 한 발짝 들어가 귀를 열어보니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인 생산자에 대한 나의 시각이 바로잡아지는 느낌이었다. 한살림 생산자여서 생명을 살리는 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생명을 살리는 사람들은 모두 한살림 생산자로서의 자격이 있는 분들이고, 우리가 소중히 가슴에 담을 이야기를 삶 속에서 의식하지 않고 지어오신 분들이니 말이다.

 

박수정 대표와 주병규 생산자 부부는 이전에 성남 모란시장에서 장사를 했단다. 그곳에서 단골이 제일 많았으니 수입도 아주 좋았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무리 양심껏 장사를 한다고 해도 때론 손님을 속여야 하는 장사가 마음에 걸렸다. 때마침 가까이에서 사먹던 장맛이 마음에 들지 않아 직접 담그고 싶었다. 그래서 귀농프로그램에 참가했지만 자신과 맞지 않아 수료 일주일을 남기고 떠나오기도 했다. 제대로 된 장을 담고 싶어 아이들을 친척에게 맡기고 차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전국의 장 만드는 곳을 돌아다녔지만 대부분 실망스러웠다. 장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곳은 2~3년의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판매에 급급해 1년 만에 공급을 했기 때문이었다.

 

 

메주와 장은 농한기가 없다. 전 과정에서 늘 들여다보고 세심하게 돌봐야 한다. 인터뷰 내내 그들이 가장 많이 한 말이 바로 “자주 들여다봐야 한다”이다. 벼는 농부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더니 메주와 장도 똑같다고 한다. 힘에 부칠 정도로 많은 양의 메주와 장은 제대로 보살필 수 없으므로 앞으로도 돌볼 수 있을 만큼씩만 만들 것이란다. 그래서 처음에 한살림에서 제의가 왔을 때도 다른 업체들에게처럼 거절했다. 하지만 가공품위원장이 메주를 사가지고 가 다른 곳의 메주와 함께 장을 담가 샘플을 갖고 와주고 “이렇게 전통방식으로 만든 메주를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맛보이고 싶다”는 간곡한 제의에 마음을 열었다고 한다. 그래서 적은 양이라도 공급하기로 해 또바기 메주는 한살림에서 기본 공급량이 반말이다.

 

 

시골살이 참 힘들지만 함께 하니 좋다

장을 담그는 생명지기의 길로 처음 들어서고자 했을 때 부부는 두렵지 않았다. 시장에서 장사하던 저력이 있어서인지 자신감까지 들었다. 그러나 삼척이라는 낯선 곳에 정착을 해 폐교를 빌려 장을 만들던 중 사회적으로 문제가 생기자 연고가 없었기 때문인지 불순한 의도를 가진 이들로 오해를 받아 그들에게 불똥이 튀기도 했다. 그래서 2007년도엔 냉혹한 현실의 벽에 부딪혀 그곳을 떠나려고도 했다. 하지만 그전에 입소문으로 메주를 구입했던 단골들이 계속 먹을 수 있게 해달라는 전화를 하고 직접 찾아오기도 하며 격려를 해주어 그들을 위해 다시 힘을 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이후로도 거듭 다짐하는 일은 ‘혼자 특별하다고 하지 않고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거창한 이론 없이도 그게 공생의 길이고 순리임을 ‘그냥’ 알고 그대로 살아왔다.

 

마음의 울타리가 없는 게 진짜 한살림

우린 가끔 한살림을 한다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도를 넘어 마음의 울타리를 치는 경우가 있다. 서로 말려줘야 할 일이다. 인터뷰 내내 이 부부에게 받은 일관된 인상은 ‘겸손함’이다. 특별하다고 찾는 이가 많아 고맙지만 몇 십 년의 노하우로 메주를 만들고 장을 담근 게 아니라 아직도 자신들의 방법이 옳은지 매년 시험 중이라고 한다.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보낼 메주가 있는 직접 지었다는 메주방에는 깨끗한 메주가 향긋한 냄새를 내며 발효 중이었다. 본인들의 방식이 제대로인지는 모르겠지만 곰팡이가 황금색으로 바뀌고 냄새가 나지 않는 메주가 그들의 정성을 먹고 나오는 메주라고 한다.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이 ‘내 것이 최고’라는 마음이라고 힘주어 말하는 부부의 말에 울림이 있다. 한살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싶다며 책 제목을 적어달라고 한다. 물론 알고 함께 가는 것도 좋지만 ‘또바기’라는 이름을 지은 것이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서였다고 했듯이 지금처럼 그렇게 계속 간다면 이미 한살림 정신은 그 속에 살아 있음이 전해온다. 대단한 이론보다 그게 좋으니까 ‘그냥’ 그렇게 가는 것이 진심이고 도리이다.

 

이들 생산자 부부의 마음가짐처럼 2012년 한살림도 초심을 돌아볼 수 있는 해가 되기를, 또바기처럼! 이래서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다.

 

 

한살림서울 소식지, 한살림사람들 2012년  2월에 실린 글입니다.

글 정영희 한살림서울 홍보위원

 

* 한살림서울 소식지 한살림사람들 http://hansalimi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