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드르제주공동체 – 부원순 생산자

밥상의 정성으로 감귤을 키우는

<부원순> 생산자를 만나다

 

 

꽃이 지고 열매가 제 모습을 갖추기까지 사계절 보살핌이 필요한 과일 중 하나가 감귤이다.

봄에 꽃이 피고 여름내 열매를 맺는 동안 풀을 베고 병해충 방제를 하며 정성껏 관리해온 나무에는 겨울에 이르러 비로소 노랗게 제 멋을 갖춘 감귤이 달린다. 한 해 동안 흘린 농부들의 땀과 노력은 그야말로 나무에게는 약손이 된다.

 

나무 뿐만 아니라 생드르의 많은 회원들에게도 약손이 되는 ‘부원순 생산자’가 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비가 갠 여름날 오전, ‘동물왕국의 康뿌리장원’ 농장을 방문했다.

 

생드르 손님 밥상은 나의 손맛

부원순 생산자는 부군인 강만구 회원과 함께 수년째 생드르와 동고동락하고 있는 여성생산자이자, 한살림생드르여성생산자위원회(여성생산자 중심의 소모임)에서 활동하고 있다.

그녀를 소개하며 요리 이야기를 빼놓을 수가 없다. 소비자단체가 생드르를 방문을 하거나 대소사 행사에 식사 준비가 필요할 때면 여성생산자위원회의 도움을 받고 있는데, 매번 새벽부터 어김없이 생드르 식당으로 나와 음식 장만을 하며 고생하는 생산자가 바로 그녀이기 때문. 생드르의 회원들이 열심히 가꾼 농산물에 화학조미료 하나 넣지 않고 맛깔난 음식을 만들어 손님께 대접한다. 생드르에서 밥 한끼 먹어본 사람들은 그녀의 깔끔한 손맛에 감탄하곤 하는데, 부원순 생산자는 이런 보답에 전하는 수고비마저 사양하며 공동체를 위해 사용해달라 당부하는 고마운 생산자이다.

 

농사 일이 바쁜 와중에도 공동체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주는 그녀는 다른 여성생산자들의 모범이 되고 있으며, 창단 1년을 맞은 여성위의 위원들이 더 끈끈한 관계로 발전하는데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 여성위원회는 소모임을 꾸려 연대단체 행사에 참여하거나 강정 해군기지 건설 반대 활동가들을 위한 밑반찬 만들기 등 지역과 함께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요즈음은 외식문화가 발달해 있는데 아무리 근사한 고급 레스토랑 요리라도 같은 음식을 매일같이 먹는 것은 곤혹일 거예요. 집밥이 최고라는 말도 있듯이 소탈하지만 나물 하나를 무쳐도 맛을 내는 방법을 고민하고 여러번 시도해보면서 내 것으로 만들려고 해요. ”

 

생드르의 밥상에 맛있게 올라오기까지 안 보이는 곳에서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쳤을 음식이라는 것은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새삼 그녀의 노력이 더 빛나보였다.

 

유기농을 꿈꾸는 부부의 감귤 필지

부원순 생산자가 감귤 공급에 매진하고 있는 필지는 제주시 삼양동에 위치해있다. 이름처럼 동물농장 아니랄까봐 필지 문지기는 소10두가 맡고, 거위와 닭, 오리들이 감귤나무를 놀이터 삼아 생활하고 있었다. 부부가 삼양동 필지를 일군지 햇수로 7년, 생드르 회원의 소개로 친환경 농업을 시작한지 4년차가 된다고. 해당 필지는 내년 유기농 인증을 기다리고 있다.

 

“친환경 농업은 막연히 농약을 안쓰고 재배하는 줄로만 알았는데, 관리가 더 까다롭고 힘들어서 생드르 공동체 가입한 후 친환경 농사 시작한 처음에는 적응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렇지만 내 실수나 잘못으로 함께 꾸려가고 있는 생산자 동료들에게 큰 피해를 줄 수도 있고 공동체에 나쁜 이미지가 생길 수 있기에 그만큼 책임감을 가지고 농사짓게 되었습니다. 주변 회원분들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본격적으로 농사에 뛰어들기 전에도 그녀는 감귤 묘목을 직접 심고 키워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나무가 성장하고 열매의 결실을 맺는 것을 지켜보며 자연스럽게 나무를 아끼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고. 그녀가 어렵지만 친환경 농업을 선택하고 유지하게 된 계기도 이런 애착에서 비롯된 것 아닐까.

 

그녀는 활동하며 고되지는 않냐는 질문에 “누구라도 앞서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뒤를 따를 사람도 나오기 마련이기에 다음은 더 수월해질거라 믿는다”며 답변을 대신했다. 또한, 생산자들에게는 “개개인 취해야할 이익 우선되기 보다는 공동체 전체가 하나의 신뢰를 얻으며 같이 갈 수 있도록 선별과 관리에 주의하면서 더 안전한 농산물 공급하자”는 당부도 겸했다.

그녀가 감귤을 재배하고 공동체 일원으로 활동하며 가지고 있는 마음은 가족에게 따뜻한 밥 한끼를 준비하고자 하는 어머니의 배려와 같았다. 어머니의 음식만큼 건강하고 맛있는 먹을거리가 또 있을까. 올 겨울에도 얼마나 맛있게 영글지 그녀의 손맛이 담긴 감귤을 기대하며 농장을 나섰다.

 

* 제주 생드르권역협의회 소식지 ‘생드르살림이야기’, 2012년 8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