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시는 마음으로 그릇을 굽다, 청강도예

모시는 마음으로 그릇을 굽다

글 홍서경 | 덕양지부장

 

 

분주한 아침시간을 서둘러 보내고, 봄햇살처럼 가벼운 마음과 옷차림으로 청강도예로 향하는 차에 올랐다. 구리 양평을 지나고 여주로 향하는 길가에 분홍빛, 자줏빛 철쭉이 아름답다며 쉴 새 없이 수다를 떨다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차에서 내려 청강도예로 들어서니 집에서 쓰고 있는‘못난이 접시’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그 접시 빛깔의 개량한복을 입으신 정인화 님이 우리 일행을 반갑게 맞아주셨다.

인쇄된 종이와 컴퓨터 화면에서 접하던 빛바랜 도자기가 아닌 살아숨쉬는 듯한 그릇들에 우리는 한동안 넋이 나가 이리저리 구경을 했다. 자주점검활동 중에는 구매가 어렵다는 말을 이미 들었던 터라 사고 싶은 욕구를 누르니 그릇이 단순한 소비재가 아닌 작품으로 보였다.

청강도예에서 만드는 도자기는 흙공장에서 오는 흙에 다른 흙을 섞어 만드는 분청이라 하셨다. 분청은 혼합토이기 때문에 각각의 광물질마다 열에 반응하는 온도가 달라 시각적으로 다양한 색상이 나온다고도 하셨다. 그릇들이 가마에 들어가 구워진 위치라든가, 광물질의 반응에 따라 다 다른 색이 나온다고 하셨다.

아, 그래서내가 받은 그릇들의 색이 조금씩 다 다른 거였구나!

분청을 만들기 위한 흙을 섞고(토련하기) 석고몰드에 흙을 넣어 그릇을 성형하여 유약을 바르고 높은 온도에서 구워지는 전 과정을 보면서 제작과정의 어려움을 알 수 있었다. 유약의 종류에 대해 묻는 우리들에게 유약에 납을 섞어 구우면 낮은 온도에서 빨리 구워낼 수 있어 대량생산이 가능하다고 하셨다. 만들기 쉽고 간편한 방법은 찾을 수 있지만 어렵고 까다로운 과정을 고수하는 것이 모시는 마음이라고 하셨다. 모시는 마음은 나를 낮추는 데서 나오며 화려함을 쫓지 않는 것이어야 한다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먹는 것은 중요시하면서 왜 그 중요한 음식을 담는 그릇에 대해서는 신경은 쓰지 않느냐?’하셨다. 그 말씀에 점검을 하러갔다가 점검을 받으러 온 기분이 들어 잠깐 머쓱해졌다. 사전학습회에서 궁금한 것들을 미리 취합해 생산지에 보냈다. 그 질문에 대한 답변들이 상세히 적혀있는 답변지를 받고 그 외에도 궁금한 것들을 묻고 답한 후에 자주점검은 끝이 났다.

밝은 봄빛과 도인 같은 청강도예 대표님의 말씀에 취해 시간가는 줄도 몰랐나보다. 자주점검 후 먹는 점심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서둘러 돌아오는 길에도 그릇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지신 대표님의 모습이 아른거렸다. 대표님 말씀처럼 15년차 주부가 되니 나도 이제는 그릇에 따라 음식의 품위가 달라진다는 걸 안다. 나쁜 불순물이 다 녹아내리는 1200도의 고온을 버텨낸 도자기에 담긴 음식과 환경호르몬이 나올 위험이 있는 플라스틱그릇에 담긴 음식을 같은 자리에 놓고 견줄 순 없다.

 

 

 

한살림고양파주 소식지 ‘햇살한줌 바람한줌’ 2016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