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생드르조천공동체 – 김시영·김선옥 생산자

자연을 살리고

땅을 잘 보전하는 것이

농부의 도리

 

한살림 감귤의 대표적인 생산지 생드르조천 공동체. 그 시작부터 함께하며 유기농 한 길을 일궈온 김시영 생산자.

지난 20년 동안 이 땅을 보전하고, 흙을 살리기 위해 고집스럽게 걸어 온 길이 생산자와 소비자가 더불어 행복한 삶을 일구는 씨앗이 되었다.

 

 

언제부터 농사를 지으셨나요?

유기농업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는지요? 지금 사는 여기 조천리가 제 고향이에요. 18살 때부터 농사를 지었어요. 처음에는 조나 보리 같은 밭농사를 하고, 소도 키우며 축산업도 했습니다. 그러다가 1970년대 들어서 감귤 농사를 시작했지요. 그 때도 비료나 농약을 많이 사용했어요. 비료를 써보니까 소출이 늘기는 했는데 벌레가 많아지더라고요. 처음에 2,000배 희석해서 쓰던 것이 1,000배로 희석해서 사용해도 안 되고, 농약 횟수도 점점 늘어나고, 계속 이래서는 안 되겠다 하던 차에 이웃 동네에서 농사 짓던 친구가 찾아와 유기농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그렇게 조천유기농업연구회를 만들고, 본격적으로 유기농으로 농사를 짓기 시작했어요.

 

조천유기농업연구회가 지금의 생드르영농조합 의 시초인가요?

그때만 해도 땅을 살리고, 몸에도 좋다는 유기농 귤을 생산해도 어디 갖다가 팔 데가 없었어요. 반은 파치(상품가치가 없는 것)고, 나머지 반을 골라 상품이라고 가지고 서울 가락동시장까지 올라가서 팔고 오고 그랬지요. 유기농이라고 해도 가격도 형편없었어요. 유기농 인증도 체계적이지가 못해서 관행 귤이 유기농 귤로 둔갑하기도 하고 그랬던 시절입니다. 그러니까 소비자들도 유기농 귤을 믿을 수가 없다고 불만이 많았지요. 그렇게 20년 유기농을 하면서 조천유기농업연구회가 흙살림제주도 연합회가 되고, 이후 생드르영농조합이 되면서 한살림으로 공급을 시작했어요. 그러면서 많이 좋아졌지. 상인들한테 팔 때는 그 사람들이 폭리를 취하고 생산자들이 돈을 못 받는 경우도 많았어요. 한살림은 계약재배를 하니까 안정적으로 계획하면서 농사를 지을 수가 있어서 좋았지요.

 

 

귤밭에 잡초가 무성하네요

귤밭 풀베기를 안 한 지가 벌써 15년이 넘었어요. 과수원은 덩굴 올라가는 것만 내려주면 돼요. 나무 밑에 풀이 많아야 나무에 병도 덜하고, 벌레도 덜해요. 잡초도 안 깎고 놔두면 저절로 퇴비가 되기 마련이에요. 유기농은 유기질 비료를 가지고 하는 게 아니라 풀을 활용해서 퇴비를 만드는 농사가 돼야지요. 귤밭에 풀이 무성한 가운데 생태계가 살아나고, 천적이 자연스레 생겨서 숲처럼 자급하는 농사가 되어야 합니다. 땅을 보전하고 흙을 비옥하게 유지하는 것이 유기농의 목적이니 그 목적에 충실해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풀을 키워서 퇴비로 활용하고, 그 풀 속에서 생물다양성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합니다. 농사지으며 농촌에 오랫동안 살아보니까 자기 밭을 너무 깨끗이 하는 사람은 밭도 빨리 팔더라고요.

 

자녀 세 분이 모두 농사를 짓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식을 위해 자기 자신을 희생하는 부모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나는 농사도 그렇지만 자식 농사 역시 자기 능력에 맞게 펼쳐 나갈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농사가 벤처회사처럼 여러 가지 개발을 통해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많다고 생각했고, 정년이 없어 나이가 들어도 소일거리가 된다고 했어요. 이런 이야기를 자식들 앞에서 어려서부터 해서 그런지 세 아이 모두 제주대학교 원예과를 졸업했어요. 또 옛 어른들이 농사꾼은 땅을 팔면 안 된다고 하시는 말을 듣고 자란 터라 나도 땅을 판 적이 없어요. 농사지어서 돈이 생길 때마다 땅을 사서 자식들에게 좀 일찍부터 나누어 주었더니 다행히 모두 그 땅에서 농사를 짓고 있어요. 그중 아들 둘이 한살림 농부가 되었고, 딸은 시집을 안 가고 농사를 짓는데 팔삭이나 하귤 같은 토종 귤을 재배하고, 방풍으로 조성한 동백나무에서 기름을 짜서 직거래로 팔기도 합니다.

 

한살림 가족들에게 당부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농사는 하늘이 하는 거예요. 농사꾼은 그걸 돕는 거죠. 작년 여름엔 비가 많이 왔는데, 비가 많이 오면 과일 당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자연에 이치가 그런데 한살림 소비자조합원들이 당도가 떨어지고 맛이 없다고 안 사주면 우리 생산자들이 어떻게 살 수가 있겠어요. 또한 살림 농부라면 농사짓는 것을 자식 키우는 것만큼 정성을 들여야지요. 자기가 생산한 농산물에 대해 소비자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또 공동체 활동을 하면서 이웃들이 농사짓는 것도 보고 배우고, 서로 응원하면서 함께 잘 사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 좋겠어요.
김시영 생산자의 농장을 나서며, 귀농자가 무작정 따라가기엔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풀과 귤나무와 벌레, 흙, 날씨 변화까지 온 몸으로 체득해 조화롭게 키워내는 반백년의 내공이 곳곳에 스며 있었기 때문이다. 다시금 믿고 먹는 소비자와 믿을 수 있는 물품을 공급하는 생산자가 한살림의 기본임을 마음에 새긴다.

 

 

한살림연합 소식지 2015년 6월 (529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ㆍ사진 윤민상 (제주도연합회 교육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