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통영 바다 그 깊은 맛, 한살림 멸치

청정 통영 바다

그 깊은 맛을 통째로 담다

한살림 멸치

 

멸치는 한국인의 밥상에서 깊은 맛을 책임진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좋아하는 깊고 시원한 국물맛이 대부분 멸치 맛국물에서 나와서다. 더욱이 국물 요리가 거의 매 끼니마다 올라가니 집집마다 냉동실에 국물용 멸치가 한 봉지씩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대표적인 밑반찬인 멸치볶음도 밥상에서 심심치 않게 접할 수 있다. 멸치에 꽈리고추나 마늘, 견과류 등을 넣고 고추장, 간장 양념으로 볶아내는 멸치볶음은 밥상에 진한 맛을 더해 준다.

 

 

멸치잡이부터 선별, 소분까지 모든 과정 책임지는 대구상회
한살림에 공급되는 멸치는 한려수도 통영 앞바다에서 어획한 것이다. 24년째 대구상회에서 품질 좋은 멸치만을 선별해 공급한다. 공급하고 있는 멸치는 크기순으로 잔멸치, 볶음멸치(상), 볶음멸치, 국물멸치(상), 국물멸치이며 올해부터는 7월에 잡아 건조시킨 잔멸치 크기의 햇멸치를 7월 중순부터 2주간 공급하고 있다. 대구상회는 작년부터 멸치잡이 선단을 운영하고 있다. 멸치중개인으로서 선단에서 잡은 멸치를 구입해 공급하던 역할을 멸치잡이로까지 확장시킨 것이다. 선단 운용은 비용이 많이 들뿐만 아니 라 멸치를 취급하는 것만 같지 멸치중개인과는 엄연히 다른 일이다. 하지만 조합원에게 멸치를 공급하기까지의 모든 과정을 책임지고 싶은 마음이 컸고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기선권현망’으로 잡은 멸치 선상에서 바로 ‘자숙’시켜
7월 1일 새벽 4시. 대구상회 ‘기선권현망’ 멸치잡이 선단 해성호가 출어에 나섰다.  지난 4월부터 6월까지는 기선권현망 선단들에게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조업을 금지하는 기간이었다. 만선과 안녕을 기원하며 배의 가장 높은 곳에 단 나뭇가지와 깃발이 설레듯 바닷바람에 흔들린다. 기선권현망 선단은 멸치어군에 그물을 던져 멸치를 잡는다. 어탐선 1대, 끌배 2 대, 가공운반선 2대로 구성되어 있다. 먼저 어탐선이 선두로 나선다. 빠른 속도로 달려가며 멸치어군을 탐색한다. 이미 작업하는 다른 멸치잡이 선단들도 많아 좀 더 기민하게 움직인다. 이윽고 들리는 어로장의 “투망!” 소리에 뒤따르던 끌배 2척이 2km가 넘는 붉은 그물을 던 지고 양쪽에서 나란히 펼쳐서 끈다. 이윽고 끌배들이 하나로 합쳐지고 끌배에 설치된 기중기가 그물을 당긴다. 보자기 모양의 그물 속에 은빛 멸치가 물결치듯 반짝인다. 선원들은 멸치를 한 마리라도 더 낚기 위해 그물 윗부분에 걸려 있는 멸치를 손으로, 장대로 연신 턴다. 요란한 배 엔진 소리로 뒤덮인 선상, 선원 들은 모두 약속이나 한 듯 별다른 대화 없이 자기 역할을 한다. 중간중간 “이리 로!”, “쫌 더!”, “그만!” 같은 짧은 고함 소리가 들릴 뿐이다.  어느 틈에 ‘이리아(멸치 끓이는 집을 뜻하던 일본말)’라 불리는 가공운반선이 바로 옆에 와 있다. 가공운반선까지 연결된 펌프를 내리고 멸치를 빨아들인다. 멸치를 넓은 판에 펼쳐 깔고 그 판들을 겹쳐 올린다. 50cm 정도 높이로 쌓인 멸치판들은 천일염으로 염도를 맞춘 끓는 물에 들어간다. 모락모락 김이 나며 가공운반선에 열기가 펴진다. 물을 머금어 묵직해진 멸치판들은 배 윗부분에 설치된 레일을 이용해 배 끝으로 이동되어 한쪽에 차곡차곡 쌓여진다. 잡자마자 살아 있는 상태로 선상에서 삶아낸 멸치라 그 맛이 비리지 않고 깔끔하다. 멸치 삶는 온도와 천일염으로 맞추는 염도가 핵심인데, 이 모든 게 수십 년 넘게 가공운반선을 탄 어부의 몫이다.

 

 

 

8시간 냉풍건조 후 금속탐지기로 이물 제거
멸치 조업이 끝나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다. 보통 가공운반선이 꽉 차야 조업이 끝난다. 여름에는 삶아 놓은 멸치가 상할 수 있어, 정오쯤에 대기하고 있던 가공운반선이 나와 교대를 한다. 조업을 마친 가공운반선은 멸치 건조장이 있는 육지로 향한다. 건조장에서 약 8시간 정도 냉풍건조를 거쳐야 마른멸치가 된다. 마른멸치는 멸치를 크기별로 분류하고 혹시나 섞여 있을 이물질을 제거하는 소분작업을 거쳐 포장을 한다. 원래 한살림 물류센터에서 하던 작업이었지만 3년 전 대구상회에서 그 일을 가져왔다. 생산지에서 책임지고 소분까지 하고 싶은 마음이 커서다. 올해 봄부터는 소분시설을 정비 중이다. 이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하는 설비들이 하나둘 갖춰지고 있고 연말이면 해썹(HACCP, 위해요소중점관리)에 준하는 소분시설을 갖추게 된다. 소분장은 한눈에 보아도 깔끔하다. 장비를 통한 크기 분류, 이물 제거, 사람이 직접하는 육안 검사 등이 진행되며 마지막 과정으로 포장된 멸치는 금속탐지기를 통과한다. 포장이 완료된 멸치는 조합원에게 공급되기 전까지 박스째로 영하 18도 이하로 유지되는 냉동고에서 보관한다. 청정 통영 멸치의 신선함을 그대로 조합원 댁으로 보내기까지 정성스런 노력들은 한살림 물류센터 냉동보관시설까지 이어지고 있다. 한살림 멸치에 깊은 맛이 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아버지의 아버지 때부터 이어진 삶과 바다살림의 인연. 은빛 꿈들이 별처럼 빛나는 통영 앞바다 멸치를 학수고대하고 있을 한살림 조합원들이 눈에 밟혀 또다시 새벽을 깨우고 어둠을 잠재우며 멸치떼를 찾아 바다로 향한다.

 

 

 

 

 

 

한살림연합 소식지 2015년 7월 (532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사진 문재형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