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권역 논두렁공동체 – 우동완 생산자

도시의 당신을 생각하며,

올해도 정직하게 농사를 지었습니다

 

이른 새벽부터 별이 총총 뜨는 늦은 밤까지 허리 굽혀 일해도 손끝에 흙의 온기가 번질 때 가장 행복하다는 사람. 2008년 ‘척수염’ 진단을 받아 한쪽 다리가 약간 불편하긴 하지만 병이 더 깊어지지 않아 ‘천만다행’이 라고 말하고, 어떠한 어려움도 굳센 의지로 밀고 나가면 극복할 수 있으며, 하고자 하는 마음만 먹으면 못 할 일이 없다는 뜻의 ‘우공이산’을 삶의 현장에서 생생히 실천하는 우동완 생산자를 만났다.

 

농사는 언제부터 지으셨나요?

15살 때부터 집안 농사를 도맡아 하게 되었어요. 그때만 해도 소로 쟁기질하고 밭을 일구던 시절이었어요. 부모님이 몸이 편찮으신 관계로 친구들보다 좀 더 책임감을 느끼고 시작했지만, 운명처럼 농사가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어요. 그런데 하면 할수록 농사를 ‘주먹구구’식 이 아니라 전문적으로 해보고 싶어져서 농업계 고등학교로 진학을 결정했어요. 1982년 고성군 영현면에서는 처음으로 시설채소 시설을 도입 하여 겨울 채소를 생산했지요. 그 덕분에 1990년에 농어촌대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유기농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어린 시절 해왔던, 흔히 말하는 녹색혁명 이전의 농업방식을 잃는 것에 대해 어쩐지 슬픈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어요. 고(故) 유달용 박사 는 ‘미래의 농업은 양이 아닌 질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 해결점을 늘 찾고 싶었어요. 그런 탓인지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우리 생명과 직결되는 농업이 화학비료와 과도한 농약에 의존하고만 있으면 오래가지 못할 것이란 걱정이 들었어요. FTA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위기에 처한 농업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독보적인 길을 가야 한다고 생각했지요.

 

 

한살림과는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되셨는지요?

2007년 즈음에 고성군에 ‘생명농업’ 바람이 불 면서 참다래 농사를 짓는 김찬모 생산자(현재 생산자연합회장)에게 토종 밀을 심어서 공급 해보자는 제안을 받았어요. 시범재배를 거쳐, 2011년 한살림에 정식으로 가입해 생산자 교육을 받은 뒤 앉은뱅이밀과 쌀을 공급하고 있습니다.

 

 

현재 어떤 농사를 짓고 계세요?

고성은 오랜 노력으로 약 330,578㎡(10만 평) 정도의 친환경단지가 조성되어 있고, 그중 132,231㎡(4만 평)의 농지에 한살림 논두렁공동 체 우동완, 우창호, 김동길, 김영관, 권진기, 정양호, 최낙판 생산자 이렇게 7명이 메벼와 앉은뱅이밀을 이모작 형태로 생산하고 있어요. 앉은뱅이밀은 그동안 종자 확보의 어려움이 있어, 2013년에 직접 2필지 5,950㎡(1,800평)에 종자를 심어 씨를 받고, 잡이삭(보리 등)을 제거하여 100% 앉은뱅이밀 씨를 받았어요. 2014년 11월 상순에 115,702㎡(3만5천 평)에 40톤을 목표로 파종했고, 지난 6월 수확을 했어요.

 

 

본인만의 농사 비법이 있다면 좀 알려주시겠어요?

손수 만들어 쓰는 액비, 퇴비 등의 기술은 누구 에게나 알려드릴 수 있어요. 저 또한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결과물들이라 소중하지만, 이러한 공을 들인 것을 함께 나누고 싶어요. ‘홀아비 사정을 과부가 가장 잘 안다’고 하잖아요. 유기농업을 해 나가는 외로움과 어려움이 얼마나 큰지 알기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요. 자가 축분을 기본으로 한 퇴비를 쓰고 있는 데, 소들은 이곳에서 나는 볏짚과 맥각 등을 먹고 자라며, 이외에도 한살림 유기농 기준에 맞는 유박을 사용하고, 웃거름으로는 천연 약재를 사용하고, 계곡 물인 저수지 물(수질검사 인증)을 끌어와서 사용하고 있어요.

 

 

유기농을 하면서 어려움은 없으셨나요?

사실 농사라는 것이 공장에서 물건을 찍어내는 것처럼 되는 일도 아니고, 유기농업의 정석이 없다 보니 도전적인 재배방법을 도입하게 되는 것이 종종 있어요. 지금이야 안정적인 방법을 어느 정도 터득했지만, 유기농업을 하면서 실패하면 부모님과 동네 사람들에게 인정은커녕 손가락질도 많이 받았어요. 생활적인 면도 빚을 지게 되니 그것도 부담이 됐지요.

 

 

힘들어도 한살림을 하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요?

지난해 12월, ‘한살림 2015년 쌀생산관련회의’ 에서 큰 감명을 받았어요. 쌀 시장도 개방되고, 경기도 안 좋아 기대하지 않았는데, 생산량을 조금이라도 늘리려는 소비자들의 모습에 고맙기도 하고 우리 생산자들을 믿어주고 소비하려고 노력하는 도시 조합원들의 응원 덕에 힘이 나기도 해요. 시장 논리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뢰가 우리 농가와 한살림을 지켜왔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소비자 조합원들에게 한 말씀 해주세요

여건이 허락한다면 도시 조합원분들도 작은 텃밭을 일구어 보시면 좋겠어요. 제 농사 인생에 가장 아름다운 순간이 새싹이 움트는 모습을 보는 것인데, 이 광경을 함께 지키고 본다면 더 할 나위 없이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 믿거든요. 조건들이 허락하지 않는 조합원들은 저희 농장의 문이 늘 열려 있으니 언제든 논두렁공동체로 오셔서 함께 이야기 나누고, 막걸리 한잔 하시고 가세요.

우동완 생산자는 땀 흘려 일하며 하늘과 땅에 기대어 짓는 것이 농사라 생각하며, 그 해의 농사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기다릴 줄 아는 사람이 농부라고 했다. 그는 농사일을 하다보면 어렵고 힘든 일이 있지만 ‘아기손’ 같이 고운 새싹이 움트는 것들을 지켜보고 있노라면, 이 세상은 생(生)의 기운으로 아찔하다고 노래한다. 다가오는 수확의 계절, 농부의 노고에 감사드리며 세상에서 가장 시원한 바람 한줄기를 그들의 이마 위에 보내고 싶다.

 

 

한살림연합 소식지 2015년 9월 (535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ㆍ사진 채영신 경남권역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