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천 유치리공동체 – 강장원·조한순 생산자

겨우내 밥상의 귀한 반찬,

시간이 갈수록 더 진한 맛이 드는

한살림 김장채소

 

– 강장원·조한순 홍천 유치리공동체 생산자

 

 

강원도 홍천군 유치 2리 작은 야산 밑에 펼쳐진 가을 배추밭은 온통 초록, 초록바다다. “이제 수확해도 되겠어요.” 손바닥을 펴 결구가 잘 된 배추의 윗부분을 꾹꾹 눌러본 강장원 생산자가 말한다. 배추가 꽃처럼 예쁘다. “농사 짓기 쉬우면서도 어려운 게 배추예요. 배추의 생리를 잘 알아야 해요.” 친환경농사를 지어온 18년 남짓한 시간 동안 그는 어느 학생들보다도 학구열이 높았다. 토양의 성질에 대해, 작물의 생리와 밭을 둘러싼 생태계에 대해 알면 알수록 농사엔 점점 더 자신이 붙고 마음은 즐거워졌다. 4년 동안 밤낮 공부하며 친환경 채소 농업 마이스터와 신지식 농업인장을 받았고, 유기농업 기능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이는 그가 밭과 학교를 오가며 던진 수많은 질문에 대한 결과이기도 하다. 이제 강장원 생산자는 역으로 그의 밭을 찾는 학생들에게 농사를 가르친다. 그중 몇몇 젊은이들은 벌써 농촌에 터를 잡고 농부로서의 삶을 시작했다. “더 이상 떠나가는 농촌은 아니었음 좋겠어요. 모두가 돌아올 수 있는 농촌이어야죠”

 

 

김장은 자고로 잘 키운 배추로 담가야
맛있는 김치를 담그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바로, 믿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하고 신선한 재료다. 한살림에서는 농부의 정성과 자연의 기운을 가득 머금고 자란 배추, 무, 청갓, 적 갓, 대파, 쪽파 등 8가지 김장채소를 해마다 공급하고 있다.

특히 괴산과 당진, 무안, 보성, 아산, 정읍, 청주, 해남, 홍천 등 전국 산지에서 생산하는 유기농 배추는 일반 배추에 비해 맛과 향이 뛰어나고 쉽게 물러지지 않으며 김치를 담가도 아삭한 배추 맛이 오래 간다.

 

 

한살림 김장용 가을배추는 대개 7월 말에서 8월 초 파종한 뒤 11월 초순부터 수확에 들어간다. 물론 농부의 경험과 판단에 따라 배추 파종과 수확 시기는 조금씩 달라질 수 있다. 지역과 날씨, 기후에 따라 주부들이 지혜롭게 김장시기를 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강장원 생산자는 배추 모종을 옮겨심기 전 밭에 밑거름을 충분히 주어 좋은 땅을 만드는 것이 배추농사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유기물이 풍부해 구수한 흙냄새가 느껴지는 땅은 세균성 질병을 이길 수 있는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옥수수 등 잡곡류와 배추 등 채소류를 번갈아가며 돌려짓기 하는 것 역시 땅을 비옥하게 하는 방법 중 하나다.

“작물이 좋아하는 영양소는 다 자기 몸 안에 있어요. 사람한테 필요한 것은 거두고 나머진 다시 땅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이유죠. 환원농업, 순환농업 이 모든 농사의 핵심이에요.”

배추 속이 야무지게 차오르는 사이 나비애벌레와 메뚜기 등 해충들과 야산의 고라니들도 든든하게 배를 불릴 목적으로 밭을 찾는다. 뜨거운 햇볕과 갑자기 떨어지는 밤 기온도 어린 배추가 넘어야 할 숱한 걸림돌 중 하나다. 세균성 무름병이라도 퍼지면 한해 배추 농사를 망치는 건 시간문제라고. 올 초부터 시작된 가뭄과 건조한 날씨로 농사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다행히도 한살림 배추와 무는 속이 알차게 여물었다. 강장원 생산자는 비가 오지 않는 날이 길어지자 지난 가을 양수기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 틈만 나면 집과 밭을 오갔다. 덕분에 배추에는 샛노란 고갱이가 속부터 꽉 찼고, 무는 힘 좋은 사내의 장딴지처럼 단단하게 익었다.

 

 

품을 나누면 더 깊어지는 맛, 김장김치
옛날처럼 어른들 곁에서 김치 담그는 법을 제대로 배우기 어려운 젊은 사람들도 마음만 먹으면 한살림 절임배추나 김치소를 이용해 부담 없이 김장을 담글 수 있다.

 

배추는 수확 후 냉해를 막기 위해 곧바로 저장고에 보관해 두었다가 100% 한살림 천일염으로 정성스럽게 절인 후 수질검사를 통과한 깨끗한 지하수에 씻어 절임배추로 공급한다. 강장원 생산자는 지난 3년 동안 공동체에서 공급하는 배추의 품종과 재배법을 통일해 절임배추의 맛을 한껏 높였다고 자평한다. 날이 갈수록 믿고 공급받는 조합원들의 수도 늘어 공급량도 4배 이상 증가했다.

 

한살림에서 ‘김장’은 수확 후 가을걷이와 더불어 생산자와 조합원들이 함께 누리는 떠들썩한 잔치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1988년부터 11월 중순 김장공급 시기가 되면 한살림 실무자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조합원 댁으로 김장채소를 공급을 나선다.  이른 새벽부터 공급을 시작하는 탓에 아직 떠지지 않은 눈으로 부랴부랴 한살림 실무자들을 맞는 조합원부터, 골목에 한 줄로 서서 손에서 손으로 180망 넘는 배추들을 나르는 대가족까지… 도시에선 꽤 낯선 진풍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소비자조합원들은 이렇게 공급받은 김장재료들로 온 가족이 모여, 또는 이웃들과 함께 김장을 담근다. 한살림 회원 생협들은 자매결연 맺은 한살림 생산지를 방문해 그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비법을 전수 받아 김장김치를 함께 담그기도 한다. 저마다 김치를 담그던 방법들이 있는 터라 반신반의하며 따라 하지만 결국 ‘인생 최고의 김치’를 만났다며 칭찬 일색으로 분위기가 바뀌곤 한다. 이렇게 담근 김치는 조합원들 품에 한 아름씩 안겨오기도 하고, 생산지 인근의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 추운 마음을 따뜻하게 녹이기도 한다.

 

 

이렇게 한살림은 이웃들끼리 상부상조하며 지혜와 힘을 나눴던 김장 문화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김장 문화 안에는 우리나라의 기후와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온 조상들의 지혜와 정신이 오롯이 담겨 있다. 추운 겨울 따뜻한 방 한 편에 삼삼오오 온가족 옹기종기 둘러앉아, 삶은 고구마 위에 김장김치 한 장을 쭉 찢어 걸쳐 먹는 상상, 그 정다움을 마음속에 그리는 것만으 로도 온몸이 사르르 녹는다.

 

 

 

한살림연합 소식지 2015년 11월 (538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사진 문하나 편집부

 

 

<김장 재료, 얼마나 필요한가요?>

 

 

<생산자의 밥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