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준비 이야기

절망 속에 놓일지라도 생명을 가꾸는 사람들 한살림 생산자가 희망이다


 

지난 여름 내린 기록적인 폭우로 전국의 한살림 생산지는 농경지가 유실되고 시설하우스가 침수되는 등의 큰 피해를 입었다.
특히 특별재난지역이 선포가 될 정도로 피해가 컸던 청주연합회는 하우스 165동(약 16,500평)이 침수되었고 작업장과 저장고, 육묘장도 망가졌다.
당장 출하를 못하게 된 품목이 수십 가지, 복구 작업만 해도 수 십일···. 그럼에도 물품을 기다리고 있을 조합원을 생각하며 기운 내 생명을 가꾼다.
절망 속에 피어난 꽃들, 한살림 생산자가 희망이다.

 

창간준비 이야기

‘생명을 가꾸는 사람들’ 2011년 5월까지 생산자조직의 운영 방향과 생산자의 삶을 전하던 생산자연합회의 소식지 이름입니다.
6년 전 한살림 전체 조직이 바뀌면서 생산자연합회도 시군연합회와 권역협의회로 재편하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그 때 새롭게 창간한 한살림연합 소식지에서 생산자와 소비자의 정보를 두루 전하기로 하고 자체 소식지는 잠시 접어두었습니다.
한살림연합 소식지, 홈페이지, SNS 등으로 그 역할을 보완해왔으나 충분히 소통하기에는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조직운영에 민주적인 절차와 과정을 갖기 위해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소통과 정보로부터의 소외를 느끼는 생산자 회원들이 있었습니다.
또한 우리가 꿈꾸는 생명살림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해 서로 배우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가 필요했습니다.
새롭게 소식지를 준비해봅니다. 지면을 통해 맘껏 생각을 드러내고 나누며 즐겁게 내일을 꿈꾸었으면 좋겠습니다.

 

한살림 큰 농부 인농 박재일 선생께

무더위가 한창인 이맘때가 되면 어김없이 인농 박 재일 선생을 떠올립니다.
특히, 올해는 가뭄과 홍수로 한살림 농사짓는 게 녹록치 않아서인지 그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집 니다. 인농 선생은 살아생전에 생산지에 “태풍이 왔는데 사과 어떻게 됐느냐? 다 떨어지지 않았느냐? 홍수 때문에 벼가 잠기진 않았느냐? 사람 다 친 데는 없느냐?”며 마치 본인 일처럼 진심으로 걱정해주시곤 했었고 많은 생산자들이 위로를 받았습니다. 돌아가신지 7년이 되었지만 그 넓고 넉 넉한 품은 언제나 그립습니다.

선생께서는 항상 ‘한살림답게 재미있고 즐겁게’ 삶을 바꿔가자고 말씀하셨습니다. 자신밖에 모르는 삶, 물질과 돈 그리고 출세지향적인 삶에서 벗어나 생명 본연의 가치에 중심을 두는 삶을 살자고 했습니다. 생명의 세계관에 입각해 삶을 바꾸어 가고,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관계도 바꾸며 농사도 생명의 세계관에 따라 짓는 생명살림세상, 더불어 사는 한살림 세상을 만들자고 하셨습 니다. 한살림 존재의 이유인 생명살림세상은 생산자 소비자가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신뢰하는 관계 속에서 시작합니다. 생산자가 한살림 물품을 생산 하며 도시에 있는 소비자 조합원의 얼굴을 떠올리고, 소비자 조합원이 한살림 물품을 소비하며 생산자의 삶을 생각할 때, 우리 삶은 한살림세상에 한 발짝 더 다가갑니다.

– 인농 박재일 선생 7주기 추모사 중 발췌

이백연
한살림생산자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