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살림 지킴이 김동연 생산자

여성생산자들이 조직운영에 참여하고 조직의 정체성을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합니다

김동연 경북북부권역협의회 대표 / 경북 봉화 산애들공동체
글·사진 한혁준 생산자연합회 사무처

DDT파동을 겪으며 결과만 중시되는 인증제 친환경농업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의 상호신뢰로 생명과 환경이 지속되는 생명농업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았다. 첫번째 농업살림 지킴이, 지역조직 첫 여성대표 김동연 생산자를 만났다.

 

 

진군 서면이 고향이고 중학교 때까지 고향에서 보내고 그 후로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도 서울에서 다녔다. 그러다가 30 대 중반에 다시 고향으로 내려오게 되었다. “서울생활이 적성에 안 맞았어요. 힘들고 재미도 없고 몸도 많이 아프고, 30대 중반에 아버지가 갑자가 돌아가시고 어머니 혼자 남게 되었는데 가족 중에 딱히 내려갈 사람도 없고 해서 제가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었어요. 고향에 내려와서 시작한 게 고추농사였어요.
하다보니까 재미가 있고 크는 것을 보니까 이쁘기도 했어요. 지금은 고추 외에 토마토, 사과도 가꾸게 되었어요. 살아온 중에 농사를 선택한 게 가장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김동연 대표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다. 함께 농사를 짓고 있는 남편과 농사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중학교 2학년인 딸이 있다.
“우리 아저씨는 농사짓는 일을 그렇게 반기지는 않았어요. 그렇지만 가장 든든한 동반자입니다. 또 한명 있어요. 중학교 2학년인 우리 딸이에요. 일 잘하고 농사일 좋아하죠. 커서 엄마처럼 농사짓는 것이 꿈이래요. 대견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2003년도에 울진 방주공동체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한살림 생산자 회원이 되었다. 그때 첫 출하물품이 고추였다. 17년간 농사를 짓고 있는데 올해는 특히 어려움이 많았다.
“올해 고추농사 무지 안 됐어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렸고 가물다가 또 비가 내리고 탄저병이 오니까 손쓸 겨를이 없었어요. 고추농사 지은 이래로 올해처럼 안 됐던 적이 없었어요. 기후 변화 때문에 농사짓기가 많이 힘들어요. 어쩌겠어요? 날씨가 안 받쳐주는데요. 쉬어간다고 생각해야죠.”
한살림지역조직에서 여성이 대표를 맡은 것은 김동연 대표가 최초이다. 더군다나 다른 지역도 아닌 싸나이 동네 경상도에서 말이다

 

거두절미하고 맡으라고 했어요. 경상도지역에서 여성한테 대표를 맡아달라고 하니 신기하기도 하고 거절할 수가 없었어요. 그 앞에도 공동체 대표를 맡았는데 맡는 것도 중독인가 봐요. 한살림하면서 이렇게 농사짓고 밥 먹고 살아가고 있는데 내일 때문에 바빠서 일 못해요. 하고 뿌리칠 수가 없었어요. 그냥 해야 되는 것으로 알고 맡게 되었어요.

 

여성생산자로서 김동연 대표가 하고 싶은 얘기를 들어보자.
“여자여서, 여자 때문에 라는 인식에서 벗어났으면 좋겠어요. 도농교류하면 뒤치다꺼리는 다 여성이 하잖아요. 밥은 누가 하고 반찬은 누가 만들어요? 남성들은 보이는데 여성들은 잘 안 보여요. 소비자회원들과 간담회를 할 때는 준비된 상태에서 해야 하는데 잘 모르고 만나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들이 한살림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때가 있어요. 회의참석율도 떨어지고 교육의 기회도 부족해요. 하지만 회의구조는 대개 남성들로 포진되
어 있어요. 가정에서도, 공동체에서도, 권역에서도, 연합회에서도 여성들이 조직운영에 참여하고 조직의 정체성을 잘 이해 할 수 있도록 배려해줘야 합니다. 얼마 전에 경상북도 지원으로 미국연수를 다녀왔어요. 유기농민시장, 유기농마트, 농가 등을 방문했어요. 참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여성들도 시야를 넓게 가져야 합니다. 여성이 위상을 높이고 역할이 많이 할수록 조직이 성장하는데 많은 도움이 되거든요. 그래서 남성들에게 꼭 요청
드립니다.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소비자회원들과 교류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십시오.”
잔류농약사고가 많이 나고 계속 누구를 탓하게 되는 상황이 걱정이라고 한다. 상처주지 않고 서로 잘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고민스럽고 한살림하는 게 힘들지만 그만 둘 수는 없다.
“예전에는 농사가 잘 안 되서 가격에 대한 어려움이 생기면 부담 없이 이야기하고 전화통화도 하곤 했는데 요즘은 돈 이야기로만 비춰질까봐 신경 쓰이고 마음을 잘 헤아려주지 않는 것 같아서 힘들 때가 많아요. 사실 가격보다도 어려울 때는 마음상하지 않고 이해해줄 수 있도록 서로 노력했으면 좋겠는데 그게 잘 안 되는 거 같아요. 자꾸 불편함이 생겨요. 그런데 한살림하는 게 힘들다가도 사람들 때문에 그만 둘 수가 없어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해요. 서로 버팀목이 되잖아요.”
작년에 한살림 30주년을 맞이하였고 올해는 새로운 30년을 준비하는 첫 해이다. 한살림 아래 있지만 모두 저마다 각자의 생각이 있다. 그래서 서로의 마음을 살피고 이해하는 게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얼굴 볼 일이 많아야 한다고 김동연 대표는 말한다.
“요즘 한살림이 어렵잖아요. 경영도 어렵고, 소통도 어렵고, 서로 이해하기도 힘들고 이럴 때일수록 자주 만나야 합니다. 가깝게는 현장에서 소비자 조합원을 가장 많이 만나는 매장팀장, 활동가 분들을 정기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많았으면 좋겠어요. 서로의 어려움과 고충을 나누고 이해할 수 있도록 교류내용이 다양했으면 좋겠고 예산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었으면 좋겠어요. 현장에서 일하는 분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일할 수 있도록 조직적인 관심과 배려가 필요하다고 봅니다.”
김동연 대표는 농사가 천직처럼 보였다. 쉬고 싶은 날 쉴 수 있고 건강이 허락하는 날까지 퇴직 없이 일할 수 있다고 한다. 감사하고 복 받은 일이라고 그래서 자꾸 권한다. 더 늦기 전에 농촌으로 귀농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