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의 풍성함에는 한살림하는 이의 정성이 담겨 있습니다

 

난 9월 11일 경남 거창에서 생산자님이 매장을 방문하여 햇사과(홍로)를 홍보, 시식하 는 활동을 했습니다. 평소와 달리 양껏 시식하고 궁금한 것 물어보고, 감사의 뜻을 전 하는 조합원의 밝은 표정이 참 기분 좋았고, 무엇보다도 생산자님이 직접 골라주시는 사과상자를 들고 가시는 조합원의 발걸음이 참 가벼워 보였습니다. 이런 만남은 조합원에게는 무한한 신뢰를 주고 편안함을 안겨줍니다.
추석을 앞두고 좋은 기운을 받아서인지 매장활동가 입장에선 고단한 추석이지만 기운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번 추석은 연휴가 길어 물품을 어느 정도 준비해야 하는지 예측하기가 참 어렵습니다. 한정적인 매장 내 진열공간과 보관공간을 고려하고, 새로운 물품과 꾸준한 지지를 받고 있는 물품을 골고루 배분하여 주문하고 진열하고 보관하려 하니, 품이 참 많이 들어갑니다. 그래도 명절에 조합원으로 북적대는 매장이 참 좋습니다. 평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노동강도지만, 물품(생산자)과 조합원과 활동가가 함께 교감하는 에너지는 또 다른 활력이 되기도 합니다.
올해는 선물용 사과와 메론이 공급되지 않아 과일진열이 조금 단촐한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도, 선물용 배가 많이 있으니 열심히 안내합니다. 시중에는 생대추가 나왔던데 한살림에도 추석 전부터 공급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토란공급은 안정적이어서 안심했고, 시금치 공급량이 더 늘었으면 조합원들이 더 좋아하겠으나, 이 또한 찍어낼 수가 없으니 하늘의 뜻에 달려있네요.
제수용품을 비롯하여 명절음식을 준비하는 조합원에게 명절 때만큼은 원하는 물품을 원하는 수량만큼 좋은 품질로 공급해드리고 싶으나, 농사라는 것이 하늘이 하는 것이라 사람의 뜻대로 되지 않으니, 생산자도 조합원도 그 중간자 역할을 하는 실무자와 활동가도 참으로 답답할 따름입니다.
때로는 예약물품을 공급받지 못해 속상해하는 조합원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충분히 설명을 해 드리지만 수긍이 어려운 분들도 있습니다. 그래도 지난여름 가뭄과 폭우로 전국 생산지에서 막대한 피해를 입었던 걸 생각하면 이만큼이나마 매장을 생명 기운 가득 넘치는 물품들로 채울 수 있는 것에 감사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래서겠죠. 여전히 한살림이라는 신뢰의 끈을 놓지 않고 꾸준히 묵묵하게 이용해주시는 조합원도 많습니다.
저희 신갈매장에는 추석명절을 처음 맞이하는 활동가가 4명 있습니다. 명절을 앞두고 아침마다 어마무시한 양의 물품을 보고 놀랜 가슴을 부여잡고 숨을 고르며 차분하고 침착하게 집품을 마칩니다. 매장 문을 열면 한꺼번에 많은 수의 조합원을 응대하고 중간 중간 물품 시식도 하니 진짜 정신이 없습니다. 일년 내내 이런 상황이라 하면 버틸 사람 몇 없을 겁니다.
명절이니까 추석이니까 연중행사니까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버텨냅니다. 버틴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사실 제 경험에 의하면 이 버틴다는 표현 안에는 즐겁고 재미있다는 의미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가득 쌓여있는 물품이 하나 둘씩 빠져나가 빈자리가 보이고, 양손 가득 생산지의 정성가득한 물품을 들고 매장을 나서는 조합원을 바라볼 때 어찌 흐뭇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우리 활동가가 첫 추석명절이 힘은 들지만, 그래도 재미있고 즐겁다라는 인식을 가지고자 합니다. 한살림은 신나게 활동하는 곳이니까요.

조현이
한살림성남용인 신갈매장 활동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