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살림 지킴이 김순복 생산자

한생연 소식지

창간준비 4호

3면

농업살림 지킴이

 

김순복 해남 참솔공동체 생산자

 

 

사람들은 자기만의 동작과 이야기가 있어요. 농부들이 움직이고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스포츠 선수들 못지않게 멋있고 열정적 이예요. 보이는 대로 그리고 이야기하는 대로 적으면 돼요.”

 

김순복 생산자의 고향은 충북 청주다. 서울서 직장생활을 했고 친구오빠 소개로 해남 남자를 만나 결혼도 하고 1983년도에 해남에 오게 되었다.

“자연속에서 농사 짓는 것이 신기하고 즐거웠어요. 해남은 넓은 들도 있고 가까이에 바다도 있는데 경치가 참 좋아요. 지금도 농사짓기 참 잘했다 싶어요.”

 

2006년도에 참솔공동체가 창립되었다. 당시 창립멤버였다고 하는데 자연스럽게 한살림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남편 따라 참솔공동체에 가입했어요. 자연스럽게 창립멤버가 되었지요. 그런데 가입한지 한 달 후에 남편이 돌아가시면서 혼자 남게 되었어요.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농사짓기가 많이 힘들었는데 공동체 식구들이 도와주고 격려해주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김순복생산자는 참솔공동체와 인연이 매우 깊다. 애정도 남다르다. 그래서 그런지 공동체에서 주어지는 직책과 역할에 대해서 마다하지 않는다.

“공동체 여성대표를 몇 년 했어요. 자연스럽게 맡으라고 하니까 마다하지 않았어요. 2016년도에는 총무일도 2년간 맡았어요. 누군가는 해야 되는 일이잖아요. 그러다 보니까 생산자 우수상도 받게 되었어요. 그렇게 활동했던 시간이 모두 무척 보람된 시간이었지요.”

 

한살림에 공급하는 작물들은 모두 밭작물이다. 호박들과 파 등 해남 지역 특성에 맞는 농작물을 짓는다고 한다. 김순복 생산자에게 농사 이야기를 들어본다.

“8,000평정도 밭농사를 짓고 있는데 단호박, 늙은호박, 대파, 배추, 각종 갓, 양파를 한살림에 전량 공급하고 있어요. 남편이 없다보니 기계를 사용하는 일이 많이 힘들었어요. 많이 노력했죠. 운전도 배우고 트랙터도 사고 유기농기능사 자격증도 따면서 작물에 대한 이해가 생기게 되었어요. 그러다보니까 자연스럽게 농사에 대해서 익숙해지더라고요.”

 

김순복 생산자는 한살림연합 소식지 ‘생산지에서 온 그림편지’를 연재하며 그림과 글이 알려지고 많은 분들이 관심을 받고 유명해졌다. 농부화가라는 타이들도 생겼는데 잘 어울린다.

”그림을 전문적으로 배우지는 않았어요. 6살 때 연필을 쥐면서 그림을 그리게 되었는데 뭔가 그리는 것이 되게 좋았어요. 그러나 그림을 계속 그리지는 못했어요. 부모님의 반대도 있었고 가정형편도 어려웠죠. 결혼을 하다 보니 아이들도 돌봐야하고 살림을 꾸려야 하니 집중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언젠가 아이들에게 말한 적이 있어요. 엄마는 이 다음에 늙으면 그림 그리는 할머니가 될거야.“

 

2014년 딸들이 선물해준 색연필과 스케치북을 받았는데 그때부터 그림 그리기를 다시 시작했다. 서점에 가서 우연히 ‘타샤의 스케치북’이라는 책을 보게 되었다. 동화 삽화로 유명한 작가의 밑그림에 관한 책이다.

“그 책을 보고 감동을 받았어요. 이렇게 시작해도 그림이 되는구나.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신문도 보고 잡지도 보면서 처음에는 시금치 캐는 여인들을 보고 수없이 그리고 지우고를 반복했어요.”

 

그림은 이야기다. 사람들을 만나고 말 걸기를 하고 소통한다. 김순복 생산자가 생각하는 그림에 대해서 들어본다.

”그림을 그리면 잡념이 없어지고 행복해져요. 꼭 마법에 걸린 것 같아요. 그리는 순간은 활력이 넘치거든요. 사람들은 자기만의 동작과 이야기가 있어요. 농부들이 움직이고 열중하는 모습을 보면 어느 스포츠 선수들 못지않게 멋있고 열정적 이예요. 보이는 대로 그리고 이야기하는 대로 적으면 돼요.“

 

2017년도를 끝으로 한살림연합 소식지에 연재하던 그림편지가 마무리된다. 농사에 전념하고 재충전하는 시간이며 그림 실력 향상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한다.

“이름이 알려지고 여기저기 불려 다니다 보니 그림을 자꾸 꾸미게 되더라고요. 새롭지도 않고 부담스럽고 불편하더라고요. 올해는 대외적인 활동을 접고 충실하게 농사에 전념하고 그림에도 전념해서 화가들이 쓰는 물감과 캔버스에다 그려보고 싶어요.”

 

한살림을 통해서 만난 생산자와 소비자는 한 식구다. 한살림 덕분에 서로를 모시고 서로를 살리는 소중한 관계임을 알게 된다. 조직이 커지다보면 여러 위기가 오고 어려움이 생기게 마련이다. 당부 드리고 싶다는 마지막 말씀이 마음에 와 닫는다.

”잘 보이지 않지만 묵묵히 일하는 생산자, 소비자, 실무자, 활동가가 있어요. 그런 분들이 자기 자리에서 땀 흘린 덕분에 한살림 조직이 여기까지 올수 있었어요. 위기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를 이해하고 소통하고 지낼 수 있어야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