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길 – 냉해를 견디고 선물처럼 열매 맺은 사과, 조합원에게도 선물이 되길 바라요]

8월 중순 즈음 조생종 사과인 아오리를 시작으로 사과 출하를 시작해요. 보통 관행농은 일주일에서 10일 간격으로 1년에 20번 정도 농약을 치는데, 저희는 한살림에서 허락한 약재만을 7번 이하로만 사용해요. 석회보르도액이나 자닮오일 등 친환경 자재만으로는 벌레를 모두 잡기엔 어려운 면이 있어요. 한살림 농사는 그런 것을 다 감수하고, 조합원에게 건강하고 맛있는 사과를 보낸다는 자부심으로 하는 거죠.

 

그런데 요즘은 기후위기로 농사가 더 어려워지는 것 같아요. 노린재나 부란병 같은, 제가 사과 농사를 처음 지었던 30년 전만 해도 없었던 병충해들이 많아지고 있어요. 게다가 기온은 어찌나 들쭉날쭉인지 올해도 힘든 해였어요. 초봄에 사과 꽃이 필 때만 해도 꽃눈이 많이 달려서 ‘저거 다 팔려면 어떡하나’ 고민했는데, 갑자기 4월에 영하로 기온이 떨어지는 바람에 냉해 피해를 입었어요. 조중생은 다행히 수확량이 좀 있지만 그중 50% 정도는 껍질에 동록이라고 울퉁불퉁 한 현상이 생겨서 못난이사과로 출하될 것 같고요. 만생종인 부사는 한창 익어가는 중인데 수확량이 계획한 것보다 절반으로 줄 것 같습니다.

▷사과 표면의 동록 피해

 

풍성한 사과를 생산하지 못한 아쉬움은 크지만, 냉해 속에서도 살아남아 열매 맺은 사과를 보면 기특한 마음이 듭니다. 한결같이 열심히 생산하고 있으니, 이 새콤달콤 맛있는 사과가 조합원 여러분께 좋은 선물이 되면 좋겠습니다.

 

강현길 햇살아래공동체 생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