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주공동체 – 허만영 생산자

사과나무가 들려주는 생명이야기

 

풀 한 포기도 소중한 사과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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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농사의 기적, 무농약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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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렵다는 무농약 사과농사의 비결을 듣고 확인하기 위해 충주 소태면 인근은 물론 저 멀리 서울에서까지 남녀노소 많은 이들이 사과밭을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사과농사가 성공한 것을 보고 사과농사를 짓는 집이 늘어나 마을의 사과나무 대부분이 25~27살이라는 재밌는 사연도 있다. 어떻게 가능했는지, 허만영 생산자의 일 년 농사 과정이 담긴 영상을 함께보며 이야기를 청해들었다. “사과 농사는 겨울부터 시작해요. 가지치기부터 잘 해야 나뭇가지가 튼실해지기 때문이죠. 겉보기엔 대충 자르는 것 같지만, 어떤가지를 자를 지부터 어떻게 자를 지까지 경험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하죠. 자른 나뭇가지는 버리지 않고 조각내서 다시 사과나무 밭에 뿌려줘요. 다시 사과나무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죠. 병충해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사과밭 옆에는 돼지감자와 고삼을 길러서 달인 물을 뿌려주기도 하고, 눈에 보이는 벌레들은 손으로 일일이 잡아요.”

 

농사는 마음을 전하는 것

“지난해 사과농사가 잘 안 되었어요. 맛에는 이상이 없지만 겉보기에 거뭇거뭇한 것들이 있었는데 그런 것 들이 섞여 들어가서 전체 하품처리 되었죠. 어찌할 수 없어 절망하던 차에 소식을 들은 소비자 조합원들이 힘내라며 문자도 보내주시고, 사과도 많이 소비해 주셨어요. 그 때 그동안 사과 농사 헛 짓지 않았구나, 한살림 하길 참 잘 했구나, 한살림은 한 식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무농약 농사를 처음으로 시도해 성공시키기까지 고생스런 시간을 무슨 힘으로 이겨냈는지 묻자 돌아온 대답이다. “저도 농약 조금 쓰고 조금만 고개를 돌리면 돈을 벌 수 있는 방법은 많어요. 그렇지만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 떳떳하게 먹일 수 있는 것을 기르자는 마음으로 여기까지 왔지요. 그래도 지금은 손가락질하던 사람들도 인정해주고, 조합원도 알아주니 힘이 나요.” 무엇보다 요즘 가장 큰 힘이 되는 것은 후계자로 나선 아들이다. 막내아들 허문성(28)님은 일찍부터 무농약 사과농사에 뜻을 품고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하여, 4년 전부터는 아버지 곁에서 농사를 배우고 있다. 어렸을 때부터 곁눈질하지 않고 정직하게 농사지은 아버지를 보며 자연스럽게 농부가 되었다는 아들. 아버지의 삶이 얼마나 자부심 넘치는 길이었는지 아들의 결심을 통해 느낄 수 있었다. 허만영 생산자는 아직도 더 좋은 품질의 사과를 생산하기 위해 실험과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더 많은 이들에게 농법을 전하기 위해 부르는 곳 마다않고 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한살림 조합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며 말문을 열었다. “한살림 것이 몸에 상당히 좋은 줄은 다 아실 거예요. 시중 것은 제초제에 가스 주입, 방부처리까지 들어가니까요. 포도만 봐도 작년에 딴 것인데 줄기가 아직도 썩지 않아요. 이런 게 몸에 들어가면 그게 음식이겠어요? 앞으로도 마음을 담아 한 알 한 알 소중하게 농사 지을 테니 여러분도 눈으로만 좋은 사과보다는 먹어서 몸에 좋은 사과를 드셨으면 해요.”

 

 

<한살림서울 소식지 <한살림사람들>  2015.06
글 이정하 한살림서울 홍보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