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구공동체 – 홍석현 생산자

농부의 자부심, 홍석현 생산자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직접 딴 먹을거리를 먹는 것부터가

농부의 자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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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얼굴에 산전수전 다 겪은 말투로 “형님 그걸 그렇게 하면 어떻게 해유~ 이렇게 하면 쉽자나유~”라며 능숙한 손놀림으로 일 매듭을 풀어주곤 하는 홍석현 생산자를 보며 몇 번이고 놀라곤 했다. 언제부턴가 나는 어떤 일을 할 때마다 그에게 물어보고 시작하게 되었다. 아주 작은 일이어도 그라면 혹시나 더 손쉽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물론 언제나 친절하게 알려주는 건 아니다. 무뚝뚝한 말투와 행동에 마음이 상할 때도 있지만, 그를 조금씩 알아가면서 속마음은 참 깊다는 것을 느낀다. 겉모습은 투박하고 거칠지만, 쪄 먹으면 따뜻하고 은근한 맛이 매력적인 ‘강원도 감자’ 같은 친구다.

 

그는 어려서부터 농사짓는 부모를 보며 자라온 터라 농사를 직업으로서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고 한다. 사회에 나와 전기공사기사, 화훼장식기능사 자격증 등을 취득하여 관련된 일을 하면서 농사를 짓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귀농해 처음부터 무농약농사를 지었고, 유기농 납품업체와 경매시장으로 출하했다. 그러던 중 양구공동체 조규학 대표와 회원들을 만나면서 한살림생산자가 되었다. 주 작목으로 미니파프리카와 대추방울토마토를 생산하고 있다. 친환경농사를 하다 보니 일손이 부족한데도, 이 집 일은 힘들다고 소문나서 일손을 구하기 어려울 때가 있었다고 한다. 그때 혼자서 일하는 방법을 많이 터득하게 된 것 같다며 너스레를 떤다. 그동안의 맘고생, 몸 고생으로 다져진 농부의 내공이다. 요즘 그의 바람은 값비싼 친환경 제재에 의존하지 않는 순환농법이다. 맘 편하게 농사를 지을 땅도 구하고 싶다. 몇 년 정도 휴경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여유가 있어야 좀 더 좋은 물품을 생산해 한살림 조합원에게 전할 수 있는데 땅구하기가 쉽지 않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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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아이들이 땅에서 맘껏 뒹굴고 흙을 만지며 밭에서 직접 딴 먹을거리를 먹고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살면서 가장 잘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아직은 초보농부고, 한살림생산자로 짧은 기간을 보낸 터라 현재의 농업 상황이나 현실에 대해 깊은 고민은 부족하지만, 조합원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생산자가 지녀야 할 책임감이 조금씩 쌓여가는 중이다. 나의 욕심만으로는 농사를 지을 수 없다며 하늘, 땅, 농부의 노력이 함께 만나야 농사를 무사히 지을 수 있음을 배우고 있다고.

 

홍석현 생산자도 귀농을 했기 때문에 귀농자나 젊은 청년들이 농업을 선택한다면 어떤 말을 해주면 좋을지 물으니 귀촌한 다음 귀농하기를 권하고 싶다고 한다. 농사는 혼자 할 수 없기에 마을 일도 도와주면서 친분을 쌓아두면 나중에 농사지을 때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조언한다. 많이들 농촌으로 오고 있지만, 방송에서 이것 하면 좋다, 얼마를 번다 등에 혹해서 시작했다가 빚만 지고 오래지 않아 다시 역귀농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안타까웠다고 한다. 그래서 교육도 받고 정보도 얻어서 안정적으로 정착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전했다.

 

얼마 전부터 도자기를 배우기 시작했다는 그는 예전에 익혔던 기술도 있고 해서 가끔 전시회를 꾸며주는 부업도 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농부들도 농사 외에 자신을 위한 시간이나 취미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삶을 더 풍요롭게 해줄 거라고 말했다. 나는 귀농 3년 차다. 그래서 그가 이야기하는 귀농, 귀촌에 대한 조언을 전적으로 공감한다. 한살림 안에서 귀촌, 귀농을 준비하고 실질적인 정착을 하는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들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글·사진 박재원 양구공동체 생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