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 흥업우리맛식품 – 서정희 생산자

%ec%84%9c%ec%a0%95%ed%9d%ac%ec%83%9d%ec%82%b0%ec%9e%90_600

흥업우리맛식품 서정희 생산자

 

‘강원도의 힘’ 장맛으로

전통 숨결 이어갑니다

 

한살림연합 활동가 워크숍 프로그램 중 ‘여성생산자와 만남’에 한살림의 역사와 함께해 온 흥업우리맛식품의 서정희 생산자를 찾아간다고 하여 동행했다. 하늘이 온통 먹구름인데다 세찬 빗줄기까지 내려 불안했지만, 원주에 도착하자 언제 그랬냐는 듯 비는 그치고 숨 막히는 초록으로 둘러싸인 회촌마을과 서정희 생산자의 화사한 웃음이 우리를 반겼다. 자그마한 체구와 눈웃음이 매력적인 천생 여자구나 싶은 첫인상과는 달리 시원시원한 말투에서 단박에 그의 곧은 결을 느낄 수 있었다.

막연히 수녀가 되고 싶었다던 풋풋한 스무 살 무렵 그는 가톨릭농민회 활동을 하던 중 ‘천주교 단양본당 덕산공소회’에서 신협을 만드는 과정에 우연히 참여하게 되었다. 그즈음 남편도 학생운동을 하다 제적을 당하고 지학순 주교의 부름을 받아 원주 사회교육원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이후 둘은 신협에 필요한 회계강좌에서 선생과 학생으로 자연스럽게 만나 결혼까지 이르게 되었다. 결혼을 하면서 남편은 농사를 짓는 것이 본인에게 주어진 길이라며 원주소비자협동조합(1985년 설립된 한살림원주의 전신) 활동을 정리하고 귀농을 결행했다. 원주시 흥업면 매지리 회촌마을로 온 지 26년이 흘렀다. 서정희 생산자는 ‘힘든 농사를 왜 하려고 하느냐’며 귀농을 반대했지만 막상 농촌에 자리잡은 뒤에는 농사 경험이 없는 남편보다 오히려 더 열심히 일을 했다. 지인들이 서정희 생산자 집에서 먹어본 밑반찬이 맛있다고 한살림에 공급해보라고 해서 초창기에는 깻잎, 마늘 등 장아찌를 만들어 한살림에 내기도 했는데, 한살림의 규모가 커진 뒤에는 식품위생법 요건에 맞는 시설을 갖춰 식품제조허가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포기했다.

2002년 시어머니께 배운 막장을 한살림에 출하하며 가공공장을 새로 지었다. 바쁘지만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었는데, 10여 년 전 자상하고 듬직했던 남편이 뜻밖의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직 어린 두 아이를 기르며 계속해서 농사를 지을 수 있을지, 포기해야 할지 무수한 걱정과 함께 흔들리기도 했지만 늘 따뜻한 응원과 격려로 지지해 준 한살림 사람들이 있어 이겨냈다고 한다. 마치 남의 이야기를 하듯 밝게 웃으며 담담하게 말하니 오히려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머쓱했다. 여전히 남편 고 임광호 생산자가 늘 곁에 있다고 느껴져 외롭거나 혼자라는 생각을 전혀 해보지 않았단다.

현재 흥업우리맛식품에서는 막장, 청국장, 전통 간장 등 장류를 가공 생산하며, 콩, 옥수수, 고추 농사도 짓고 있다. 막장은 간장을 빼지 않고 메주가루, 소금, 고춧가루, 보리밥, 엿기름을 넣고 버무려 숙성시켜서 먹는 장으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나야 하는 강원도 사람들에게 단백질을 공급해주는 지혜가 담긴 음식이다. 메주가루를 많이 넣고 메주를 충분히 띄우다보니 색깔이 까맣고 짠맛이 강하지만 양을 조절하여 요리하면 오히려 된장보다 맛있고 영양도 높다고 한다. 서정희 생산자는 충청도 출신이라 시집오기 전까지 막장에 대해 들어보지도 못했지만, 오랫동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2개월 이상 메주를 띄우는 정성을 기울여야 숙성이 더 잘 된다는 것을 터득하고는 강원도 전통의 맛을 지켜내고 있다.

작년에는 해썹(HACCP 안전관리인증기준) 기준에 맞는 위생적인 생산 시설과 소비자 조합원들과 좀 더 편하게 교류할 수 있는 체험시설을 갖춘 새공장을 신축하였다. 이 일이 힘들었는지 몸이 아파 힘들게 일하고 있었는데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4개월 밖에 안 된 아들 임민화 생산자가 흔쾌히 도시 생활을 접고 돌아와 일손을 돕고 있다고 한다. 그런 아들이 한편으로는 미안하면서도 여간 대견하고 고맙지 않다고 한다. 아들과 함께 하늘(빨강), 땅(자주), 콩(노랑)을 항아리(검정)에 담는다는 의미의 흥업우리맛식품의 로고도 만들었다. 서정희 생산자가 만드는 전통 장맛은 변함없이 쭉 이어지길 바란다.

 

2014년 취재 기사 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