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 – 신동수 생산자

수천 년 동안 이 땅을 지켜온 보리올시다

 

꽁꽁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새싹을 튀우며, 속살을 그냥 들판에 드러내놓고 매서운 바람을 잘 견뎌내던 보리. 그렇게나 강한 보리가 정부의 외면으로 실의에 빠져 있다. 5년 전부터 보리 재배 농지 축소로 반쪽이가 된 현실에서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 없어 나선 ‘용감한 사람들’과 한살림이 힘을 합해 국내 최초로 ‘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이 탄생되었다. 이 조합의 대표인 신동수 생산자를 만나 설립 취지와 우리보리사료화 과정과 신념을 들어 보았다. 신동수 생산자는 한살림 밥상에 오르는 오리가공식품들을 생산하는 ‘선농생활’의 살림을 맡고 있기도 하다.

 

우리 땅의 기초 식량만은 지켜야 하지 않겠소

국내 최초 보리 자급 사료화는 한살림의 제안과 보리재배농가, 축산농가, 지역농민단체, 지역농협, 도시소비자들의 뜻이 합쳐져 첫 삽을 뜨게 되었다. 지난 8월 6일 발아보리 자급 사료화를 위한 ‘우리 보리 자급 사료화 협약식’과 (가칭)우리보리살림협동조합 발기인회 및 창립총회도 진행됐다. 비싼 수입사료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지금의 상황에서 지원을 백지화한다는 정부의 발표로 ‘우리 보리 자급 사료화’라는 횃불을 켜게 한 것이다. 농지면적 감소로 비상에 걸린 이 시점에 가만히 있는다면 농지의 미래는 너무도 불 보듯 뻔하다. 계속 오르고 있는 수입 사료값으로 인해 생산농가의 부담은 눈덩이처럼 커질 수밖에 없다.

 

사료의 차원을 넘어 보리를 기를 수 있는 농지 보존과 생산, 소비가 되어야만 기초 식량 주권을 빼앗기지 않는다. 해마다 곡물 생산량이 소비량을 따라가지 못해 곡물부족은 계속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세계 곡물 시장의 지배자이면서 먹을거리 지배자인 곡물 메이저(곡물의 저장, 수송, 수출입 등을 취급하는 초국적 곡물기업 가운데 독점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는 기업들)의 쥐락펴락하는 시장논리는 갈수록 무서움을 더해가고 있다. 식량 주권 해결력이 20%대인 우리나라에서 빨간 식량 비상등을 그저 손놓고 바라만 본다면 우리의 생명을 내놓아야 한다. 한살림 조합원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나서야 국내산 사료 자급률을 높일 수 있음은 물론이다.

 

보리사료의 매력들은 참 많소

가장 안전하고 좋은 사료는 우리 땅에서 자란 곡물과 풀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런 사료를 먹고 자란 가축을 적당히 먹는다면 사람과 동물, 자연이 건강하게 살 수 있다. 돈만 있으면 얼마든지 외국에서 먹을거리를 수입할 수 있다는 과대망상은 하루빨리 버려야 한다.

 

보리사료는 가격의 큰 변동 없이 돼지가 빨리 자라게 하고 육질도 좋아지게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특히 사료에 발아보리를 배합하면 기존 사료보다 체중이 더 나가고, 육질은 사람에게 유익한 백색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이 4~7% 정도 다 많이 함유되어 품질과 생산성이 탁월하단다. 그리고 옥수수보다 섬유소 함량이 2배 높고, 조단백 함량도 더 높고, 여러 가지 필수아미노산의 수준이 높다. 생산된 고기는 다른 고기보다 약 7% 정도 가격이 오르더라도 유전자조작옥수수를 먹인 돼지고기보다 우리 보리를 먹인 돼지고기를 소비자 조합원들의 인정을 받게 될 거라 생각된다.

 

 

선택도 도전도 아닌 우리의 사명이지 않소

한살림이기에 기초 식량작물을 포기하면 안 된다. 정부가 포기한 걸 한살림이 어떻게 하냐고? 그러나 우리가 손을 놓으면 그 땅에 누가 무엇을 심을지 두렵다. 세계 거대 기업들이 우리나라의 토종종자에 이어 이젠 국산곡물까지 세계 곳곳에 가공공장과 거대 창고를 만들어 스펀지가 물을 빨아들이듯 빠르게 삼키려 오래 전부터 준비 중이고 이미 시작이 되었다. 우리나라가 보리수매 중단을 결정했을 때 곡물메이저들은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준비에 들어갔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대량 곡물사료사업을 하기 위해, 곡물사료량을 늘리기 위해 유전자조작 콩과 옥수수를 심고 그 곡물들로 사료를 만들어 어마어마한 부를 축척하고 있는 그들의 머리로 말이다.

 

어떤 대책을 세우지 않고 앉아서 해결되지 않을 기후적인 요건들만 가지고 탁상공론을 펼친다면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각 나라들의 정보를 수집해 그 나라가 포기한 부분을 사들여 일사천리로 움직이는 거대한 힘에 우리 농업과 식량은 어떻게 될 지도 우리는 고민하며 살아야 한다. 한살림 도시 조합원들도 보리자급사료 운동에 동참할 수 있으리라 본다.

 

생각이 있는 조합원들의 의지와 관심도에 따라 우리 가축들이 우리 보리 사료를 먹고 건강하게 쑥쑥 자라날 수 있을 거라 믿는다. 그리고 정부에서도 보리에 대한 대책을 희망적으로 재 논의하지 않을까, 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한살림서울 소식지, 한살림사람들 2012년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윤미라 한살림서울 홍보위원

 

* 한살림서울 소식지 공식 블로그  http://hansalimi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