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탑 소금 – 유억근 생산자

신뢰를 바탕으로 영근 소금꽃,

한살림의 천일염 생산지 마하탑에 다녀오다

 

 

다이옥신 논란이 있었던 2002년, 마하탑은 아예 공급을 중단하고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해 ‘유럽연합 허용 기준치의 1/400에 불과하다’는 결과를 받아냈다. 납 검출 의혹을 받았던 2004년, 한국화학시험연구원에 성분 분석을 맡기며 혹시라도 있을지 모를 조합원들의 불안감을 털어냈다. 마하탑이 수많은 한살림 생산지 중에서도 특별하게 여겨지는 것은 1987년 이래, 소비자 조합원들로부터 받은 신뢰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마하탑이 또 한 번 시험대에 올랐다. 한 음식칼럼니스트가 천일염 제조 과정에서의 위생문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며 천일염 자체가 큰 위기에 봉착한 것.

 

이에 한살림에서는 54만 소비자 조합원의 눈이 되어 마하탑의 소금 생산 과정을 직접 확인했다. 마하탑이 위치한 전남 신안군 임자도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청정해역으로 꼽힌다. 공해를 일으킬만한 공장이나 산업시설이 주변에 없고, 도내에서 발생되는 소량의 농업·생활하수는 광활한 갯벌을 통해 깨끗이 정화된다. 그래서일까. 임자도로 향하는 배 위에서 바라본 바깥 풍경 속에는 몹시도 투명한 쪽빛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마하탑. 염전에 발을 내디딘 후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 몇 번이었을까. 실제로 확인한 마하탑은 위생 측면에서 천일염의 한계까지 밀고 나간 곳이었다.

 

저수지에서는 뭇 생명들이 뛰놀고, 매년 겨울마다 갈아엎는다는 난치(제1증발지)와 느퇴(제2증발지)에는 갯벌에서나 볼 수 있 는 농게·갯지렁이가 그득했다. 비위생적인 염전을 설명할 때 가장 많이 거론되는 해주는 송판과 스테인리스 못을 이용, 통풍이 잘되는 형태로 짜맞춰 만들었다. 매년 두 차례 바닷물을 이용해 수압으로 청소하기 때문인지 ‘염전들의 해주에서 퀴퀴한 악취가 난다’는 식의 비판과는 거리가 멀어보였다. 알소금을 쌓아놓는 소금창고 곳곳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눈에 띄었다. 벽면과 바닥은 해주와 마찬가지로 송판과 스테인리스 못으로 시공했다. 낡은 염전들의 소금창고가 ‘석면 슬레이트’ 지붕이라고 지적당하는데 비해 이곳은 채광이 잘 되는 폴리카보네이트 재질의 지붕으로 덮여 있었다. 소금창고에 들어서자 은은한 솔향기와 짭조름한 소금냄새가 어우러진 상쾌함이 코끝을 맴돌았다.

 

 

 

 

 

 

천일염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지적하는 결정지 바닥재는 더욱 차별화된 모습이었다. 유해한 가소제 성분이 포함된 PVC(폴리염화비닐) 대신 부식·화학약품 등에 대한 저항력이 높은 친환경 PU(폴리우레탄)장판이 깔려있었다. 소금꽃을 모으는 고무래 또한 바닥과 닿는 부분은 PU장판으로 마감해 환경호르몬의 우려를 최소화했다. 염전에서 영근 소금이 세척-탈수-선별 과정을 거쳐 조합원 가정에서 쓰이는 물품으로 포장되기까지의 공정 또한 특별했다. 특히, 탈수를 위한 원심분리기와 이물질을 걸러내는 색채선별기, 금속검출기 등은 국내 천일염 공장 중에서도 갖춰놓은 곳이 몇 군데 없는 고가의 장비다. 혹시라도 섞여 들어갈 수 있는 이물질을 최대한 걸러내고자 하는 마하탑의 뜻이 엿보이는 부분이다.

 

천일염을 비판하는 측은 주된 근거로 “식품으로서 안정성을 검증할 수 있는 기준이 부족하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천일염전은 해양수산부의 ‘식용천일염의 생산에 관한 안전관리기준’ 고시에 따라 취수해역, 갯벌, 염전 토양, 시설기준 등의 항목에서 ‘소금 산업 안전성조사’를 매년 받아야만 한다. 또한, ‘소금산업진흥법’ 상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공전의 ‘소금의 품질검사기준 및 방법’에 따라 불용분, 사분, 비소, 납, 수은 등 총 11개 항목에 대해 품질검사를 진행해야만 한다.

 

마하탑은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갔다. 2009년 3월 미국 FDA(식품의약품안전청)의 안전성검사에서 합격점을 받았고, 같은 해 4월에는 염전이 받기 어렵다는 ISO9001 인증 지원업체로 선정된 바 있다. 다이옥신 논란이 발생한 지 10년 만인 지난 2012년 다이옥신 검사를 재차 받았고 방사능 검사도 수시로 하고 있다. 2년마다 받으면 되는 품질검사 또한 6개월에 1회씩 진행 중이다. 최근 발발한 천일염 논란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일반세균 검사를 자발적으로 시행해 ‘인체에 무해한 수준’ 이라는 결과를 받았고 진행 중인 환경호르몬 검사도 결과만을 기다리고 있다. 잔류농약 검사 및 잔류화학비료물질 검사도 10 월 중에 진행한다. 그동안 어떤 검증도 피하지 않아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그러겠다는 것이 마하탑의 입장이다.

 

마하탑의 유억근 생산자는 ‘아직도 더 개선할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 막대한 자부담을 감수하고 도입한 친환경 PU장판에 대해서까지 미심쩍어 하는 이들도 있다. “올해 소금농사가 끝나고 나면 PU장판이 있던 자리에 도자기 소재의 바닥재를 새로 깔고,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는 ‘자고’ 의 설비도 보수할 계획입니다. 소비자 조합원들이 보여준 신뢰 에 대한 보답이기에 전혀 아깝지 않습니다.”라고 자신있게 말하며 소금만큼이나 하얗게 웃는 유억근 생산자. 올겨울 김장철에도 바다와 태양, 갯벌과 염부가 힘을 모아 빚은 천일염을 꺼내들어 그 미소에 보답함이 어떨까.

 

 

 

 

 

 

 

 

 

 

 

한살림연합 소식지 2016년 10월 (537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김현준, 사진 문하나